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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김책공업종합대학 김병훈 교수를 희토류 응용기술 분야의 권위자로 소개하며 그의 연구를 ‘애국사업’이라고 선전했다. 희토류 분석기술의 발전과 연구자의 성취 자체는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과학자의 전문적 성과까지 체제 충성과 국가주의 선전의 언어로 포장하는 북한 당국의 태도는 씁쓸함을 남긴다.
신보에 따르면 김 교수는 지난 20여 년 동안 전해질분석기를 비롯한 10여 건의 발명을 했으며, 여러 희토류 원소의 정량분석방법을 확립한 공로로 2025년 국가최우수발명가에 선정됐다. 희토류는 전자산업, 반도체, 첨단무기, 에너지 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핵심 전략자원이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러한 과학적 성취를 연구자의 창의성과 학문적 노력의 결과로 조명하기보다 ‘당과 국가를 위한 애국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과학자는 독립적인 지식인이 아니라 국가가 정한 목표를 수행해야 하는 기술 인력으로 취급된다. 연구의 목적과 방향도 주민 생활 개선이나 학문적 탐구보다 정권의 경제계획과 전략적 필요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희토류는 일반 산업뿐 아니라 미사일 유도장치, 레이더, 통신장비, 정밀무기 등 군사 분야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북한 매체는 희토류 응용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느 산업에 사용되고 있는지, 연구 성과가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연구자의 생애와 수상 경력, 애국심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했다.
이는 북한 과학기술 선전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기술의 실제 효용이나 경제적 성과는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특정 과학자를 ‘당에 충실한 애국자’로 내세워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과학적 검증에 필요한 논문, 실험자료, 국제학술지 게재 여부, 기술의 상용화 수준 등 객관적인 정보도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은 오랫동안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수입 장비와 원료를 대체할 기술을 개발하라고 독려해 왔다. 그러나 연구시설과 전력, 기자재, 국제학술교류가 부족한 환경에서 과학자들에게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개인의 희생을 국가의 성과로 포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신보는 김 교수가 수학과 물리, 화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각종 경연에서 우승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재능이 자유로운 연구와 국제적 교류 속에서 얼마나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북한의 폐쇄적 교육과 통제된 연구 환경은 뛰어난 인재들에게도 체제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만 연구하도록 강요한다.
과학기술 발전은 구호와 충성심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자유로운 질문과 비판, 정보의 공개, 국제적 검증, 연구자의 자율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 모든 연구를 ‘애국사업’으로 규정하고 과학자를 체제 선전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방식은 오히려 과학의 본질을 훼손한다.
북한 당국이 정말로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을 원한다면 과학자 개인의 충성심을 선전할 것이 아니라 연구 환경을 개선하고 국제사회와의 학술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희토류 기술을 군사력 강화나 정권 유지가 아닌 주민들의 산업 생산성과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
과학자의 연구는 정권을 찬양하기 위한 충성 경쟁이 아니다. 북한 당국이 말하는 ‘애국사업’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 성과가 핵과 미사일 개발이나 특권층의 이익이 아니라 굶주림과 빈곤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희토류 연구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 역시 과학자의 땀과 재능을 체제 홍보에 이용하는 또 하나의 정치적 선전에 불과하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