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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이른바 ‘석탄공업 진흥과 탄광마을 개변’ 결정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석탄 생산량을 늘리고 탄광지역의 주택과 작업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골자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민 생활의 실질적 향상보다는 낡은 자립경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탄광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증산 부담을 떠넘기려는 의도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북한은 탄광 노동자들을 “국가건설의 척후에서 가장 값높은 공훈을 세워가는 나라의 핵심”이라고 치켜세운다. 그러나 노동자를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먼저 안전한 작업환경과 충분한 임금, 식량과 의료,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
노동자를 ‘영웅’과 ‘핵심’으로 부르는 선전만 반복하면서 생산 목표와 정치적 충성만 강요한다면, 이는 존중이 아니라 희생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
특히 북한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석탄 생산량을 현재보다 1.2배 확대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우려스럽다. 갱내 기계화와 정보화를 함께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장비 도입 계획, 산업재해 예방 대책, 노동시간 개선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생산량 목표만 분명하고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위한 구체적 약속은 불투명한 것이다.
탄광마을의 주택을 새로 짓고 생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과거에도 농촌 살림집 건설과 지방발전 정책을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다. 하지만 건물의 외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주민의 삶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전기와 난방, 상하수도, 의료, 교육, 안정적인 식량공급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택 건설은 정치적 전시사업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신보는 석탄을 ‘공업의 식량’이자 주체철·주체섬유·주체비료 생산의 기본자원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북한 경제가 여전히 석탄 중심의 낡고 비효율적인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 효율 향상과 산업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오히려 석탄 증산을 국가경제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자립경제’라는 구호는 경제적 고립과 기술 낙후의 책임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설비와 부품, 전력과 운송체계가 정상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생산량만 끌어올리라는 지시는 노동자들의 육체적 부담을 늘리고 자원 낭비와 사고 위험을 키울 수밖에 없다.
경제 실패의 책임은 정책을 결정한 지도부에 있지만, 실제 부담은 언제나 현장의 노동자와 주민에게 전가된다.
북한이 말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도 탄부들의 삶을 통해 검증돼야 한다. 탄광 노동자들이 충분한 식량과 임금을 받고 있는지, 위험한 갱내작업에서 안전장비를 지급받는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부터 공개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정보조차 밝히지 않은 채 지도자의 결단과 당의 은덕만 강조하는 것은 인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인민을 선전에 동원하는 정치다.
탄광마을 개변이 진정한 주민복지 정책이라면 생산실적과 충성경쟁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가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탄부들을 ‘공훈자’로 칭송하면서 더 많은 석탄을 캐도록 내모는 방식으로는 북한 경제도, 주민 생활도 달라질 수 없다.
북한 당국이 먼저 바꿔야 할 것은 탄광마을의 외관이 아니다. 주민을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통치방식과, 실패한 경제노선을 ‘자립’과 ‘애국’이라는 구호로 포장하는 낡은 체제부터 바꿔야 한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