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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 광시좡족자치구를 덮친 기록적인 홍수의 실제 인명 피해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사망자 수를 39명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지 피해 상황과 구호 실태를 알린 누리꾼들을 잇달아 조사하고 행정구류 처분까지 내리면서 “재난 수습보다 여론 통제가 앞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광시 지역에는 지난 7월 초 제10호 태풍 ‘메이사크’와 서남계절풍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중국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광시의 14개 시와 78개 현·구에서 26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으며,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은 221억8천만 위안에 달했다. 농작물 피해 면적은 126만7천㏊, 파손되거나 무너진 주택도 수만 채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7월 6일 난닝시 헝저우의 류란 저수지에서 길이 100m가 넘는 제방 붕괴가 발생하면서 거대한 물살이 하류 마을들을 덮쳤다. 윈뱌오 저수지를 비롯한 인근 저수지에서도 범람과 제방 결손이 이어졌고, 자오이·윈뱌오·마링 등 여러 지역이 대규모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당국 발표는 사망 39명·실종 9명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7월 9일 광시 홍수로 39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류란 저수지 붕괴로 인한 피해는 사망 26명, 실종 7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사망자 가운데 일부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고 사망자와 실종자가 중복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그러나 대규모 저수지 붕괴와 광범위한 침수 상황에 비해 공식 사망자 수가 지나치게 적다는 의문이 중국 안팎에서 잇따랐다. 현지 주민과 민간 구조대원들의 증언을 인용한 일부 해외 중국어 매체들은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고 다수의 주민이 급류에 휩쓸렸다는 주장을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익명의 내부 관계자 주장을 근거로 “헝저우에서 1만7천 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폭로까지 등장했다. 폭로자는 경찰이 핵심 피해 지역의 출입을 통제하고 외부 구조대와 기자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1만7천 명 사망’ 주장을 뒷받침할 희생자 명단이나 행정문서, 위성 자료, 독립적인 현장 조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수치를 확인된 사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식 발표와 민간 폭로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독립적이고 투명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지적이다.
피해 상황 올린 누리꾼 18명 조사·처벌
논란을 더욱 키운 것은 중국 당국의 대응이다. 헝저우시 공안국은 홍수와 관련한 ‘허위정보’를 퍼뜨렸다며 누리꾼 18명을 조사·처분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공개한 사례에는 “윈뱌오진의 한 슈퍼마켓에서 수십 명에서 100명가량이 숨졌다”는 글을 올린 사람과 “재해 주민들에게 물자와 지원금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누리꾼 등이 포함됐다.
일부 누리꾼에게는 3일에서 5일의 행정구류 처분이 내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관심과 조회수를 얻으려 허위 주장을 만들어 공공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앞서 “윈뱌오진 난캉촌 부근에 홍수로 많은 시신이 떠내려왔다”는 게시물도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해당 글을 올린 주민은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가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위정보가 재난 구조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 확인은 필요하다. 그러나 당국이 피해 현장의 원자료와 사망자 명단, 실종자 수색 결과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은 채 게시자를 먼저 구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의혹과 불신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 “구호 물자를 받지 못했다”거나 “지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호소까지 일괄적으로 허위정보로 규정해 처벌하는 것은 재난 피해자들의 표현과 문제 제기를 봉쇄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구조대원 영상 삭제 압박 의혹도
민간 구조대원 장 씨는 홍수 발생 직후 윈뱌오진에 들어가 구조 활동을 벌이면서 피해 영상을 공개했지만, 현지 관리로부터 영상을 삭제하라는 강압적인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상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 직접 목격한 현장을 촬영한 것이라며 “왜 사실을 감추려고 하느냐”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영상에 달린 댓글이 삭제되고 계정의 조회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재해 주민들의 증언도 관영매체의 선전과 엇갈린다. 일부 주민들은 저수지 붕괴 후 한 달 가까이 쌀과 생수, 라면 등 극히 제한적인 물자만 받았다고 호소했다. 반면 당국은 의류와 식품, 식수, 의약품 등 10만 점의 생필품을 공급했으며 구호 물자도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헝저우시 당국은 7월 12일부터 구호 물자 창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즉석식품과 신선·냉장식품의 기부 접수를 중단했다. 당국은 기존 물자를 분류해 신속하게 배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일부 재해 지역 주민들이 생필품 부족을 호소하면서 물자 배분 과정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필요한 것은 처벌 아닌 전면적인 정보 공개
중국 국무원은 7월 24일 류란 저수지 붕괴 원인과 방재·대피 과정의 문제, 책임 소재를 조사하기 위한 조사평가팀을 구성했다. 조사에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 관계자도 참여했으며, 제보 전화와 우편함도 설치됐다.
그러나 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단순히 기술적 붕괴 원인만 밝혀서는 안 된다. 저수지의 안전점검 기록과 보수공사 내역, 수문 개방 시간, 주민 경보와 대피 명령이 내려진 시각, 마을별 사망·실종자 명단, 시신 수습 및 신원 확인 현황을 빠짐없이 공개해야 한다.
구호 물자가 언제, 어디에, 얼마나 들어왔으며 어떤 기준에 따라 주민들에게 배분됐는지도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 주민과 구조대원,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증언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1만7천 명 사망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현장 증언과 비판을 ‘유언비어’로 몰아 처벌한다면 당국 스스로 공식 통계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재난에서 정부의 체면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이다. 진실을 말하는 시민을 잡아들이는 것으로는 무너진 제방도, 사라진 주민도, 굶주린 이재민도 감출 수 없다.
중국 당국이 정말로 허위정보를 바로잡고 싶다면 누리꾼을 구금할 것이 아니라 피해 현장과 희생자 명단, 구조 기록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