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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노동신문이 평성합성가죽공장을 내세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른바 ‘불멸의 영도업적’을 선전했지만, 정작 주민 생활과 직결된 합성가죽 생산 실적이나 제품 공급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 하나 제시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평성합성가죽공장 종업원들이 김정은의 현지지도 업적을 되새기며 “질 높은 합성가죽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정은이 10년 전인 7월 공장을 찾아 “원료, 자재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 보배공장 구실을 하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북한 산업현장의 현실을 설명하기보다는 김정은의 과거 현지지도를 다시 호출해 최고지도자의 치적으로 포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10년 전에도 ‘원료·자재의 충분한 보장’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산업체계라면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원료 공급망과 생산설비, 제품 품질, 생산성과 주민 공급 실적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노동신문 보도에서는 이 같은 객관적인 성과를 확인할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등장하는 것은 ‘숭고한 뜻’, ‘불멸의 영도업적’, ‘보배공장’, ‘불같은 일념’, ‘증산의 동음’과 같은 정치적 수사다. 공장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합성가죽을 생산하고 있는지, 생산량이 과거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필요한 원료와 자재는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는지, 생산된 제품이 신발·가방·생활용품 생산 현장에 얼마나 공급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결국 주민생활 향상을 내세우면서도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산과 소비의 결과보다 지도자의 ‘현지지도 업적’을 앞세우는 북한식 경제선전의 전형적인 구조가 다시 반복된 셈이다.
특히 경제공장의 존재 이유를 생산성과 품질, 시장의 수요가 아니라 최고지도자의 지시를 얼마나 충실히 관철했느냐는 정치적 기준으로 설명하는 것은 북한 경제 운영의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공장 종업원 역시 전문적인 생산 주체라기보다 지도자의 뜻을 받드는 ‘충성의 실천자’로 묘사된다.
더욱이 북한 매체가 평성합성가죽공장을 김일성과 김정일의 ‘각별한 사랑’ 속에 성장한 공장으로 설명하고 다시 김정은의 현지지도까지 연결한 것은 하나의 생산시설조차 김씨 일가 3대의 치적으로 편입시키려는 우상화 선전의 성격을 보여준다.
정작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보배공장’이라는 찬사가 아니다. 합성가죽을 비롯한 생활필수품 원료가 안정적으로 생산되고, 충분한 양의 제품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민생활 향상’이다.
10년 전 원료와 자재를 충분히 보장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면, 지금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은 그 지시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충성 이야기가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생산량이 얼마나 늘었고 품질은 얼마나 개선됐으며 실제 주민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표다.
성과를 숫자로 설명하지 못하고 지도자의 ‘사랑’과 노동자들의 ‘불같은 일념’만 반복한다면 ‘보배공장’이라는 표현은 경제적 성과를 증명하는 이름이 아니라 북한 선전매체가 만들어낸 정치적 수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