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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최근 ‘조선의 전통적인 비단생산기술’을 소개하며 이를 국가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고 선전했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고 다양한 짜임법으로 비단을 생산해온 오랜 전통과 고대 유적에서 출토된 직물 등을 근거로 한반도의 비단문화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전통 비단기술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한민족이 오랜 세월 축적해온 직조기술과 복식문화는 남북을 넘어 함께 연구하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문제는 북한에서 전통문화가 소개되는 방식이다. 역사와 문화가 그 자체의 가치로 조명되기보다 국가와 체제의 우월성을 뒷받침하는 선전 소재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보도 역시 고대부터 이어져 온 비단생산기술을 설명하면서 이를 자연스럽게 오늘날 북한 국가의 문화적 성취와 연결한다. 그러나 수백 년, 수천 년을 이어온 전통문화는 특정 정권이 만들어낸 성과가 아니다. 고려와 조선, 근현대를 거쳐 한반도 주민들이 오랜 세월 축적해온 생활문화의 결과물이다.
특히 문화유산의 진정한 보존은 단순히 ‘국가유산’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전통기술을 실제로 이어갈 장인들이 존재해야 하고, 충분한 재료와 생산환경, 후계자 교육, 자유로운 연구와 국제적인 학술교류가 뒷받침돼야 한다. 문화유산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사람과 기술, 기록을 통해 살아남는다.
신보는 비단의 은은한 광택과 부드러운 감촉, 고대 직물의 섬세한 조직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오늘의 국가체제 선전과 동일시해서는 곤란하다. 고대 평양과 낙랑 일대에서 발견된 직물이나 고려시대의 비단기술은 지금의 북한 정권보다 훨씬 앞선 시대에 형성된 민족 공동의 역사다.
북한이 정말 전통문화의 가치를 강조하고자 한다면 문화유산을 정치적 정당성의 장식물로 사용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학자와 장인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하고, 역사자료 역시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문화유산은 체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권과 이념을 넘어 세대를 이어주는 것이 문화유산이다.
비단 한 필에 새겨진 조상들의 기술과 지혜를 오늘날의 정치선전으로 포장하기보다, 한민족 전체가 공유해야 할 역사적 자산으로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문화유산 보존의 출발점이다.
전통의 주인은 특정 정권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 이어온 사람들, 그리고 미래 세대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