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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한여름 평양의 빙수 매대를 소개하며 수도 주민들의 여유로운 일상을 부각하고 나섰다. 그러나 각종 과일과 아이스크림을 얹은 화려한 빙수 한 그릇이 북한 주민 전체의 생활상을 대변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신보는 「평양의 빙수매대풍경」이라는 기사에서 개선청년공원유희장과 평양면옥의 빙수 매대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개선청년공원유희장에서는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빙수를 판매하고 있으며, 잘게 간 얼음 위에 도마도와 딸기, 들쭉, 팥으로 만든 단졸임과 각종 과일, 아이스크림 등을 올려 제공한다.
평양면옥 역시 딸기빙수와 팥빙수, 오디빙수, 들쭉빙수, 과일종합빙수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으며, 매체는 평양냉면을 먹기 전에 빙수를 먼저 찾는 손님들이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선전했다.
기사만 놓고 보면 평양은 무더위를 피해 놀이공원을 찾고, 냉면과 과일빙수를 즐기는 평범한 여름 도시처럼 보인다. 문제는 북한 매체가 보여주는 이러한 장면이 언제나 그렇듯 ‘평양의 선택된 공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평양은 정치·경제적 자원이 우선적으로 배분되는 특별한 도시다. 개선청년공원이나 평양면옥과 같은 시설 역시 북한 당국이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좋은 대표적 장소다. 따라서 이곳에서 판매되는 몇 종류의 빙수와 아이스크림을 북한 주민들의 전반적인 소비생활이나 식생활 수준의 증거처럼 제시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 매체 특유의 서술 방식이다. 기사에는 빙수의 종류와 재료, 맛과 영양가, 손님들의 인기까지 자세하게 등장하지만 정작 가격이 얼마인지, 일반 노동자가 자신의 월 소득으로 얼마나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역시 빠져 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득을 벌고 원하는 장소를 선택해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사회라면 빙수 매대의 풍경은 그저 평범한 여름 일상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선택과 이동, 정보 접근이 제한된 체제에서는 특정 장소의 소비 장면을 전체 주민의 행복으로 확대하는 순간 그것은 생활 기사가 아니라 선전의 성격을 띠게 된다.
특히 평양 밖 지방 주민들의 생활을 함께 보여주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지방 도시와 농촌의 주민들도 무더운 여름날 가족들과 놀이공원을 찾고, 자신이 번 돈으로 마음껏 냉면과 빙수를 사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신보가 진정 ‘인민생활 향상’을 보여주고 싶다면 과일이 풍성하게 올라간 빙수 사진보다 주민들의 실질적인 생활 조건을 공개하는 것이 먼저다. 주민들의 소득은 얼마인지, 식료품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지역별 생활 격차는 얼마나 되는지, 일반 주민들이 휴식과 소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빙수 한 그릇 자체를 비판할 이유는 없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음식을 즐기는 것은 어느 나라 국민에게나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북한 주민 모두가 그런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평양 일부 지역의 빙수 매대가 붐비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내세워 북한 전체가 풍요롭고 행복한 것처럼 포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몇몇 전시성 공간의 화려함으로 주민들의 현실을 대신하려는 선전은 결국 그 체제의 불균형만 더 선명하게 드러낼 뿐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빙수가 있는 평양’이라는 사진 한 장이 아니다. 자신이 일해 번 돈으로 가족과 함께 어디든 자유롭게 찾아가 냉면도 먹고 빙수도 사 먹을 수 있는, 그런 지극히 평범한 여름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