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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올해는 참 무더웠는데요. 북한도 마찬가지였구요. 이제 그 무더위가 어느정도 물러가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올 여름철을 맞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비롯한 각종 휴양·관광시설을 연일 소개하며 ‘인민의 행복’과 ‘웃음소리’를 강조했죠. 원산갈마에 매일 수많은 근로자가 찾아 호텔과 해수욕장, 체육·오락시설 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휴양과 관광을 바라볼 때 화려한 시설 자체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그곳에 갈 수 있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일반적인 자유사회에서 휴가는 개인이나 가족이 소득과 일정에 맞춰 스스로 여행지를 정하고 교통·숙박을 예약해 떠나는 생활의 일부인 반면 북한에서는 직장·기관·단체를 통한 집단휴양이나 모범근로자에 대한 포상성 휴양 등이 중요한 방식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따라서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휴양객들의 모습만을 근거로 관광시설이 전체 주민에게 자유롭게 개방돼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데요. 특히 교통비와 숙박비를 부담할 경제적 여력, 이동과 여행지 선택의 자유, 개인의 휴가 결정권이라는 측면에서 일반 주민들이 처한 현실과 당국의 선전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북한은 오늘 이시간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북한 당국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수많은 근로자들이 찾아 즐거운 휴식을 보내고 있다”고 선전합니다. 북한의 휴양지에는 실제로 어떤 노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참가하게 되나요?
- 북한에서 휴양은 우리가 생각하는 개인 중심의 자유여행과 상당히 다른 성격을 갖습니다. 기업소나 공장, 기관, 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휴양 대상자가 조직되거나 일정한 기준에 따라 추천되는 방식이죠. 생산계획 수행에서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은 근로자나 모범노동자, 특정 기관의 구성원 등이 포상이나 조직적인 휴양의 대상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신의 휴가 날짜와 여행지를 자유롭게 결정해 인터넷이나 전화로 호텔을 예약하고 가족과 떠나는 일반적인 관광객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말하는 ‘근로자들의 휴양’에는 개인의 자유로운 여가생활이라기보다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조직이 제공하고 관리하는 집단적 휴양의 성격이라고 하겠습니다.
2. 그렇다면 원산갈마와 같은 대형 휴양시설은 평범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가능할까요?
- 대다수 주민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광은 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곳까지 이동할 교통비가 있어야 하고 숙박비와 식비, 오락시설 이용료를 부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일터를 떠나 며칠 동안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필요합니다.
북한 당국은 화려한 호텔과 해수욕장, 음식점과 오락시설은 상세하게 보여주면서도 평범한 주민 한 사람이 자신의 수입으로 며칠간 가족여행을 한다면 실제 얼마가 필요한지, 어떻게 예약하는지, 어떤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부 주민이 당과 기관의 지원을 받아 휴양시설을 이용한다고 해서 북한 주민 전체가 자유롭게 관광을 즐길 수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죠. 특히 생계 자체가 어려운 계층에게 고급 관광시설은 같은 나라에 존재하면서도 자신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말 그대로 ‘그림의 떡’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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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북한이 주민들의 휴양과 관광 장면을 이처럼 적극적으로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관광시설은 시각적인 선전 효과가 매우 큽니다. 식량배급이나 의료체계 개선은 사진 몇 장으로 보여주기가 어렵지만 고층호텔과 해수욕장, 놀이시설, 웃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의 선전은 주민이 누리는 휴식과 여가까지 지도자의 ‘사랑’이나 당의 ‘배려’에 연결시키는 특징을 보입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소득으로 휴가를 보내고 가족과 여행을 하는 것은 지도자가 특별히 베푸는 선물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로 누려야 할 자연스러운 삶의 영역이죠.
당과 조직이 주민에게 진정한 행복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려면 관광시설 몇 곳보다 주민들의 식탁과 주택, 의료서비스, 전력 공급, 실질소득을 살펴봐야 합니다. 선전용 관광지가 아무리 화려해도 평범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것을 곧바로 ‘인민복리의 증거’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4.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휴가와 여행을 누리려면 가장 먼저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 핵심은 선택권과 경제적 자립입니다. 주민 스스로 일해서 받은 정당한 소득을 자유롭게 관리하고, 그 돈을 모아 가족과 상의해 여행지를 정하고, 원하는 날짜에 대중교통이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평양의 주민이 여름휴가를 원산에서 보내고 싶다면 스스로 일정을 정하고 교통편과 숙소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함흥 사람이 백두산에 가고 싶다면 누구의 추천이나 특별한 포상 없이도 비용만 부담할 수 있다면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관광은 국가가 “당신을 휴양지에 보내주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올해는 가족과 저곳에 가겠다”고 결정할 수 있을 때 시작됩니다.
결국 호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지갑이고, 휴양지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이동과 선택의 자유입니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져야 북한의 관광지도 선전의 무대가 아니라 주민들의 실제 생활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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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제 여름철 무더위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언젠가는 자신들이 직접 계획하고,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알뜰히 모아 원하는 곳으로 마음껏 떠날 수 있는 여름이 와야 하지 않을까요?
- 바로 그것이 우리가 북한 주민들의 삶을 바라볼 때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름휴가는 거창한 정치적 구호가 아닙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한 사람이 가족에게 “올여름에는 바다에 가자”고 말하고, 몇 달 동안 조금씩 돈을 모아 기차표를 사고 숙소를 예약하는 평범한 일상입니다. 어디로 갈 것인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형편에 맞는 숙소를 찾아보고, 필요한 비용을 아껴 모으는 과정 자체가 자유로운 삶의 모습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그런 여름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원산갈마가 좋으면 원산갈마로, 백두산이 좋으면 백두산으로, 가족의 고향을 찾고 싶으면 고향으로 누구의 허가나 포상도 기다리지 않고 떠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자신의 노동으로 번 돈을 온전히 자신의 삶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가가 정해준 휴양객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달력을 펼쳐 휴가 날짜를 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북한 매체가 보여주는 몇 장의 ‘인민의 웃음’보다 우리가 정말 보고 싶은 것은 그런 평범한 풍경일 것입니다. 선전 카메라 앞에서 만들어진 웃음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정당하게 보상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주민들의 진짜 웃음입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