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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5천t급 구축함 강건호 취역 |
북한이 신형 5천t급 구축함 ‘강건호’를 동해 함대에 취역시켰다.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딸 주애까지 대동해 해군력 강화를 과시했다. 전략순항미사일과 함포를 갖춘 최신 구축함이라며 요란한 선전도 이어졌다. 북한식 표현을 빌리자면 또 하나의 ‘강력한 국방력’이 탄생한 셈이다.
그러나 ‘강건’이라는 이름부터가 씁쓸하다. 이 배는 지난해 진수식에서 제대로 물에 띄우지도 못한 채 선체가 기울어져 좌초했던 바로 그 구축함이다. 새 군함의 진수는 조선·해군 기술의 종합시험이나 다름없다. 그런 행사에서 군함을 넘어뜨려 놓고 22일 만에 끌어올려 다시 진수식을 강행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강건한 해군력’의 상징으로 포장하고 있다.
말 그대로 좌초한 강건함이다.
물론 한 차례 사고가 있었다고 해서 해당 군함의 모든 전투 능력을 폄훼할 수는 없다. 문제는 북한 정권이 사고의 원인과 선체 손상 정도, 수리 과정과 안전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오직 김정은의 ‘업적’으로 포장하는 데 급급하다는 점이다. 상세한 제원조차 공개되지 않은 함정을 놓고 세계적 수준의 해군력이라 선전한다면 그것은 군사적 자신감이라기보다 체제 선전에 가깝다.
더 우스운 것은 북한이 이런 모습을 연출하면서 틈만 나면 ‘핵무장력’을 앞세워 세계를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군함 하나 제대로 진수하지 못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자리에서 배를 넘어뜨렸던 정권이 핵무력 완성을 운운하며 주변국을 겁박한다. 이쯤 되면 그 ‘핵무장력’이라는 과시가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핵무기는 단순히 탄두 몇 개를 갖는다고 완성되는 전력이 아니다. 지휘통제 체계와 운반수단, 정찰·탐지 능력, 통신과 정비, 숙련된 인력, 군수지원과 산업기반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주민들이 기본적인 생활고를 겪는 상황에서도 막대한 자원을 미사일과 군함, 핵무기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그 결과를 주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김정은 일가가 등장하는 거대한 정치행사를 반복한다.
이번 취역식에 리설주와 주애가 등장한 것도 그래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군함의 전투력보다 김정은 일가의 모습이 더 부각되는 군사행사라면 그것이 과연 정상적인 국가의 국방행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군사력마저도 김씨 일가의 권위와 세습을 위한 무대장치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 정권이 진정으로 강건해지고 싶다면 군함에 ‘강건’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핵무기를 흔들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부터 강건하게 만들어야 한다. 식량과 전력, 의료와 교육을 정상화하고 주민들에게 기본적 자유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먼저다.
배는 좌초했다가 건져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체제 전체가 좌초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정은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구축함의 좌초가 아니다. 주민의 삶을 희생시킨 채 핵과 미사일만 붙잡고 질주하는 북한 체제 자체의 좌초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