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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456] 왜 AfD는 승리하는가 - ②

2026-09-09 07:30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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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콜드웰 Christopher Caldwell is a contributing editor of the Claremont Review of Books. 기고 편집자


시작

AfD는 2008년과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압력 속에서 탄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차입자들의 담보가 불안정해지면서 유로화 위기가 촉발됐다.

유로화가 독일에서 이토록 큰 격변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주변의 경제학자들은 독일이 유럽 경제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늘 강세를 유지하던 통화인 도이체마르크를 없애면 프랑스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오판이었다.

유로화는 유럽의 부채가 많고 수입 의존적인 경제들을 독일의 더 효율적인 기업들과 하나의 단일시장 안에 묶어놓았다. 게다가 각 나라는 더 이상 과거처럼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평가절하할 수 있는 자국 통화를 갖지 못하게 됐다.

15년 전만 해도 독일은 서유럽 최고의 경제대국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독일은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강국이었고, 그 견고한 사업 모델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 세 가지뿐이었다.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 값싼 중부유럽 노동력, 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국의 자동차 및 산업기계 수요였다.

그런데 한 가지 수수께끼가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한 시기에 유권자들은 CDU와 SPD에 점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가 하면, 앙겔라 메르켈이 2005년부터 2021년까지 독일을 통치하는 동안 구성된 네 차례의 연정 가운데 세 차례에서 사실상 두 정당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나 다름없는 정부를 꾸려야 했다.

누구에게 투표하든 결국 똑같은 정당들이 권력을 잡는 것처럼 보였다. 이 현상에 대한 하나의 진단을 제시한 사람이 전 베를린 재정당국 관료 틸로 자라친(Thilo Sarrazin)이었다. 그는 2010년 저서 『독일은 스스로를 폐기한다』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사회민주당 소속이었던 자라친은 독일이 수많은 잘못된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독일 경제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가운데 최악은 대규모 이민이었다.

그에 따르면 대규모 이민은 경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연금·교육·보건 체계 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 부담을 축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직설적인 성격의 자라친은 교육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민자들이 대체하고 있는 독일 원주민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전례 없는 지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마치 복지, 지능, 불평등에 관해 미국 사회과학자 찰스 머리가 쓴 모든 책이 한꺼번에 출간된 것과 같았다.

독일 사회가 이런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하는 데 얼마나 익숙하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듯, 즉각 자라친을 사회민주당에서 축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 절차는 무려 11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 과정은 자라친의 더 근본적인 주장을 확인해주는 결과가 됐다. 독일의 가장 큰 문제는 독일이 자신의 문제를 말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놓은 바로 그 체제라는 것이었다.

자라친은 AfD와 아무런 관계도 맺은 적이 없다. 그러나 독일의 안녕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각종 금기 때문에 은폐되고 있다는 그의 문제의식이야말로 AfD의 탄생을 불러온 것이었다.

AfD가 2013년 창당될 당시 이미 핵심적인 불만들은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직접적인 계기는 거의 기술관료적인 문제였다.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던 그리스가 외부에서 채무보증자를 찾지 못한다면 파산의 소용돌이에 빠져 유로존을 탈퇴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보증을 설 수 있는 나라는 독일뿐이었다.

브뤼셀의 대다수 유럽연합 경제학자들은 이를 단순한 정의의 문제로 보았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의 경제학 교수들과 기업인들로 이루어진 한 집단은 독일이 그리스 구제금융을 감당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들은 대체로 바로 그 주장을 하기 위해 AfD를 창당했다. 초기 지도부에는 카리스마 있는 기업가 프라우케 페트리, 보수 언론인 콘라트 아담, 그리고 함부르크대학교 출신의 다소 어색하지만 친근한 거시경제학자 베른트 루케가 있었다.

갓 창당된 정당을 이끌고 전국 선거에 나선 사람은 루케였다. 예상대로 AfD는 의석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기성 정당들을 충격에 빠뜨린 것은 AfD가 5퍼센트 진입장벽을 불과 간발의 차이로 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벽만 넘었다면 AfD는 수십 석을 차지했을 것이다. 만일 루케가 그 의석들을 확보했다면 AfD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과거 자유민주당(FDP)이 그랬던 것처럼 잘못된 행정과 낭비를 비판하는 기술관료적 ‘감시견 정당’이 되었을 수도 있다. 기독교민주연합이 한때 그랬던 것처럼 사회 전체의 열망과 불만을 대변하려는 ‘국민정당’이 아니라 말이다.

하지만 2013년 당시 기독교민주연합은 여전히 손쉽게 승리할 만큼 강력했다. 재선 승리를 축하하던 선거 당일 밤 행사에서 승리한 앙겔라 메르켈은 이후 AfD 활동가들에게 충격과 혐오의 상징으로 남게 되는 행동을 했다.

춤추고 구호를 외치는 군중 앞에서 무대를 가로지르던 메르켈에게 누군가 작은 독일 국기를 건넸다. 그녀는 눈에 띄게 불쾌한 표정으로 그것을 내려다본 뒤, 재빨리 무대 가장자리로 가서 시야에서 사라지도록 치워버렸다.

영국이나 이탈리아와 달리 유럽연합을 완전히 탈퇴하는 것은 독일 포퓰리즘의 근본적 목표가 된 적이 없었다. AfD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메르켈의 그 몸짓은 사람들의 마음에 앙금을 남겼다. 새로운 형태의 민족주의가 자라나고 있었다. <계속>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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