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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국제사회가 유엔총회 일반토의를 앞두고 외교와 대화의 무대를 준비하는 시점에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0일 오후 3시께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약 450㎞를 비행했다. 이어 약 3시간 뒤인 오후 5시50분께 같은 원산 일대에서 또다시 SRBM 1발을 발사했으며, 두 번째 미사일은 600㎞ 이상을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 정보당국은 정확한 제원을 분석 중이다.
두 미사일은 북한이 실전배치를 확대하고 있는 화성-11 계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이나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KN-24 등이 포함되는 계열이다. 같은 종류의 미사일을 서로 다른 사거리로 조정해 발사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발사는 단순한 무기 시험으로만 보기 어렵다. 시점부터가 의도적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오는 22일부터 유엔총회 일반토의가 시작되고, 24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북한이 연속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와 한반도 안보가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수 있는 시기에 맞춰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번 발사가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공개 위협 직후 나왔다는 점이다.
김여정은 지난 17일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해상연합훈련 ‘퍼시픽 뱅가드 2026’ 등을 비난하며 북한이 “비례성을 능가하는 반응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전쟁 억제력을 고도화해가는 노정에서도 변침은 추호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담화가 공개된 지 불과 이틀 만에 실제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것이다.
북한은 이를 ‘주권 수호’나 상대방의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하지만,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행위 자체가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북한의 최근 행보를 보면 ‘훈련-담화-미사일 발사’가 하나의 반복적인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지난 12일에도 북한은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후 북한은 전술탄도미사일과 공격무인기, 전략순항미사일, 대구경 방사포 등을 동원한 협동화력습격훈련이었다고 공개했다. 불과 8일 만에 다시 미사일을 쏜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14번째로 집계됐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형 방사포와 각종 무인기 등을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연이어 방문하며 포병 전력과 무기 생산 확대를 강조한 움직임까지 감안하면, 북한이 외교적 협상보다 군사력 증강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신호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 측이 최근 북미 대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음에도 북한은 군사적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결국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메시지에는 침묵하면서 미사일과 무기 증산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북한 스스로 주장하는 ‘안보 강화’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한미일은 감시·정찰과 미사일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북한은 다시 이를 ‘적대행위’라고 주장하며 추가 군사행동의 명분으로 삼는다. 긴장을 스스로 높인 뒤 그 높아진 긴장을 다시 무력 증강의 근거로 활용하는 악순환이다.
유엔총회는 본래 국제사회가 분쟁과 갈등을 대화와 외교로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그러나 북한은 그 무대가 열리기 직전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원한다면 국제행사를 앞두고 미사일 사거리를 늘려가며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는 방식부터 중단해야 한다. 상대방의 훈련은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군사훈련은 모두 ‘정당한 자위권’이라고 주장하는 이중적 논리만으로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
20일 동해상으로 날아간 두 발의 미사일은 북한의 무력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드러냈다.
대화를 이야기하는 국제사회 앞에서 북한이 다시 선택한 언어는 결국 ‘미사일’이었다는 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