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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화교 청년이 해외 반공·민주화 활동을 지원한 뒤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과 감시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나 중국공산당이 직접 개입했다는 당사자 측 주장은 아직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해외 반체제 인사와 화교 사회를 겨냥한 이른바 ‘초국적 탄압(transnational repression)’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민주당 국제연맹 관계자와 해외 중국어 매체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화교 청년 ‘양자’(온라인 가명)는 국제 민주화운동 관련 소식과 사진을 공유하고 기술적 지원을 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국공산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해외 시위 자료를 전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시진핑 자료 모두 삭제하라.. 계속하면 칼에 찔릴 것”
중국민주당 국제연맹 측은 양자가 최근 수차례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연맹 관계자 계립건(界立建)은 양자에게 접근한 인사들이 시진핑 주석을 비판하는 영상과 사진, 집회 공지 등의 유포를 중단하고 이미 게시한 자료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단체방 관리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계립건과도 더 이상 접촉하지 말라는 요구가 뒤따랐으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물리적 공격을 가하겠다는 협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후 걸려온 것으로 알려진 전화였다.
양자 측에 따르면 상대방은 그의 실명뿐 아니라 거주지와 과거 재학했던 학교 등 개인 신상정보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양자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떤 경로로 외부에 유출됐는지, 누가 가족의 주소까지 확보했는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낯선 사람들이 집 주변을 오갔으며, 불과 며칠 사이에 수십 차례 감시를 받은 것으로 느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감시 인력의 신원과 배후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과 중국인들이 가족 찾아와”.. 말레이시아 당국 개입 여부가 핵심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현지 경찰이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양자는 말레이시아 경찰관과 중국인 여러 명이 가족을 찾아와 온라인에 게시된 시진핑 비판 관련 내용을 삭제하도록 요구했으며,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체포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외부에 머물며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경찰이나 중국대사관이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중국 당국 개입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자료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 정부나 대사관의 지시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움직였다는 주장은 당사자 및 민주화운동 관계자 측의 주장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양자는 자신에게 신변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의사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도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시위 참가자 가족까지 압박 주장
이번 사건은 양자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중국민주당 국제연맹 측 주장이다.
최근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을 전후해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해외 시위 참가자와 민주화 활동가들이 본국에 있는 가족을 매개로 압박을 받았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중국민주당 국제연맹 소속 쉬치런은 중국 현지 공안 관계자로부터 영상통화를 받았으며, 자신의 어머니가 현지 기관에 불려가 해외 정치활동과 관련한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해외 활동과 특정 민주화단체 가입 문제, 시진핑 방문에 맞춘 시위계획 등을 추궁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도됐다.
계립건 역시 최근 해외 집회 및 중국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자신과 가족에 대한 위협이 계속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단체는 지난 9월 미국에서 시진핑 주석 방문에 맞춰 여러 중국 인권·민주화단체와 함께 시위를 조직했으며, 당시에도 일부 참가자들이 신변 위협을 호소했다.
중국의 ‘초국적 탄압’ 국제적 문제로 부상
이 사건의 구체적인 배후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중국 당국의 해외 반체제 인사 압박 문제 자체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미국의 비정부기구 프리덤하우스는 중국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초국적 탄압을 수행하는 국가로 평가하고 있다. 프리덤하우스는 해외 정치적 반대자와 소수민족, 종교인,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감시와 협박, 가족을 통한 압박, 강제송환 등이 활용돼 왔다고 분석한다.
2026년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프리덤하우스가 2014년부터 2025년까지 확인한 전 세계 물리적 초국적 탄압 사건 1,375건 가운데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분류된 사례가 319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이는 확인 가능한 물리적 사건을 중심으로 집계된 것으로, 온라인 협박이나 가족 압박 등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중국 관련 초국적 탄압 문제에서 말레이시아 역시 완전히 자유로운 지역은 아니다. 프리덤하우스는 과거 중국 정부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일부 국가의 현지 당국과 외교·안보 관계를 활용해 중국 정부 비판자나 소수민족 인사들의 활동을 제약한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미국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중국의 해외 반체제 인사 압박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올해 중국의 해외 활동가·학자·디아스포라 사회를 상대로 한 압박이 점차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응 필요성을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투명한 조사 필요성
양자가 주장하는 살해 협박과 가족 감시가 실제로 누구의 지시 아래 이뤄졌는지, 현지 경찰이 어떤 경위로 그의 가족을 접촉했는지 여부는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특히 외국 정부나 외교기관이 말레이시아 시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말레이시아의 주권과 법치 문제와도 직결된다. 반대로 실제 중국 당국 개입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면 그 부분 역시 투명한 조사로 규명돼야 한다.
해외에서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개인의 신상정보와 가족의 주소가 노출되고, 물리적 위해 가능성까지 거론됐다면 이는 단순한 온라인 논쟁으로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양자 사건의 진상이 어떻게 규명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의혹은 국경 밖의 정치적 반대자까지 감시하고 위협하는 ‘초국적 탄압’이 동남아 화교사회에서도 현실적인 인권·안보 문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