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완공 12년 만에 문을 열었다. 왕복 4차로의 거대한 다리 위로 화물트럭이 오가기 시작했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회복하고, 북한은 경제적 활로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개통을 바라보며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이 다리를 건너는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며, 주민들의 삶은 얼마나 자유로워지는가.
다리는 본래 단절을 넘어서는 시설이다. 사람이 만나고, 물자가 흐르고, 새로운 생각과 기회가 오가는 통로다. 하지만 상품은 통과해도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외화는 들어와도 주민이 자신의 노동과 삶을 결정하지 못한다면 그 다리의 의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류의 확대를 곧바로 주민의 해방이나 사회의 발전으로 포장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제공된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개통의 배경으로 북중 간 경제적 이해 조정과 중국의 영향력 복원 의지를 꼽았다. 북한산 상품 수입이나 노동력 수출 등을 둘러싼 타협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는 아직 확인이 필요한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관측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양국이 합의했다는 ‘실리’ 속에 정작 주민의 권리와 존엄은 들어 있는가.
북한 노동자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더라도 노동자가 일터를 선택하고 정당한 보수를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을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로 미화할 수 없다. 노동의 대가가 개인의 자립보다 권력의 재정에 먼저 보탬이 되는 구조라면 교역 확대의 성과부터 따져 물어야 한다. 사람이 국가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취급되는 현실을 그대로 둔 채 트럭의 숫자만 세는 것은 발전의 본질을 외면하는 일이다.
중국 역시 대북 영향력을 얼마나 키웠는지만으로 이번 개통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나 외교적 협상 카드로 대하는 시각에는 북한 주민의 삶이 들어설 자리가 좁다. 중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말하려면 교역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을 억압하는 체제를 무조건 떠받치는 관행부터 돌아봐야 한다. 중국 국민 자신에게도 표현과 양심의 자유, 권력을 비판할 권리는 경제적 성과와 맞바꿀 수 없는 가치다.
새로운 교역로가 주민의 식량과 생필품 공급을 개선하고 생활의 숨통을 틔운다면 반길 일이다. 그러나 그 효과가 주민에게 실제로 돌아가는지 살펴야 한다. 민생을 앞세운 물류망이 권력의 특권을 확대하거나 군사적 위협을 뒷받침하는 통로로 쓰인다면, 다리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책임 또한 무거워진다.
신압록강대교가 12년 동안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는 사실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막대한 돈과 기술로 다리를 완성해도 권력의 셈법에 따라 길은 얼마든지 막힐 수 있었다. 주민의 필요보다 통치자의 이해가 앞서는 체제에서는 경제적 연결조차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자유와 법치, 개인의 권리가 발전의 토대가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압록강 양편에 더 큰 통제시설과 더 높은 감시망이 들어서는 미래가 아니다. 북한 주민이 처벌의 두려움 없이 바깥세상을 접하고, 중국 국민이 검열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양국 청년이 스스로의 꿈을 선택할 수 있는 미래다. 국가가 허락한 만큼만 살아가는 주민을 넘어, 국가의 주인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자유시민들이 일어서는 변화다.
아무리 웅장한 대교가 생겨도 그 위로 자동차와 화물트럭만 달리고 자유와 희망, 미래가 달리지 못한다면, 그 다리가 약속하는 번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신압록강대교가 전체주의 권력을 서로 떠받치는 통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국과 북한 모두에서 억압과 예속을 넘어 자유시민들이 일어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다리의 진정한 개통은 차단봉이 올라가는 날이 아니라, 그 길을 건너는 사람의 자유가 열리는 날이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