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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505] 『피오르』의 차가운 현실

2026-10-28 07:52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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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앨런 Charlotte Allen is an arts and culture columnist for Quillette and author of The Human Christ: The Search for the Historical Jesus. 예술·문화 칼럼니스트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이 연출한 황금종려상 수상작 『피오르』는 행복한 결말을 간절히 바라게 되는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노르웨이 시골에 사는 루마니아인과 노르웨이인 부부가 다섯 자녀를 자신들에게서 떼어 놓으려는 아동보호 당국에 맞서 법적 다툼을 벌이는 이야기를 따라간다. 당국이 그렇게 하려는 이유 가운데 일부는 이 부부의 복음주의 그리스도교 신앙에 있다.

관객은 판사가, 아버지 미하이 게오르기우(세바스찬 스탠 분)를 신체적 학대 혐의로 반대 신문한다는 구실 아래 성경을 비꼬는 냉소적인 검사를 따끔하게 제지해 주기를 바라게 된다. 그 학대 혐의는 그를 법정으로 끌고 온 형식상의 사유이다. 친절하지만 전투적인 세속주의자인 교장 마츠(마르쿠스 퇴네세트 분)가 이 가족을 미리 재단한 것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기를 바라게 된다. “우리는 학교에서 전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게오르기우 부부가 소송에서 이기기를 바라게 된다. 노르웨이 정부가 운영하는 아동복지 기구 바르네베르네는 이 영화에서 소름이 끼칠 만큼 끔찍하게 그려진다. 그 쇠주먹에는 달콤하기 그지없는 치유의 수사가 끈적하게 묻어 있다. 사회복지사와 교사, 변호사인 그 기구의 실무자들은 자신들의 관할에 들어온 불운한 부모들에게 휘두르는 절대적인 권력을 그런 말로 가린다.

아이들의 교사 가운데 한 명인 프리다(리사 로벤 콩슬리 분)와 바르네베르네의 관료 군다(엘렌 도리트 페테르센 분)가 노르웨이 태생인 미하이의 아내 리스베트(레나테 레인스베 분)를 예고 없이 가정 방문한다. 두 사람은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포함한 다섯 자녀 모두를 즉시 위탁가정에 보내는 일을 막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학대 의혹을 은폐하려는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통보한다.

리스베트가 자신과 미하이는 아이들을 사랑하며 결코 아이들의 몸에 해를 입히지 않을 것이라고 항변하자, 군다는 이렇게 대꾸한다. “부모들은 다 그렇게 말합니다.” 프리다는 학대 의혹이 제기되기 전부터 게오르기우 부부를 바르네베르네에 신고했다고 리스베트에게 알린다. 일곱 살 난 딸이 같은 반 아이에게 동성애는 하느님의 법에 어긋난다고 말하는 것을 누군가 들었기 때문이다. 프리다는 리스베트에게 노르웨이에서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2016년부터 노르웨이에서는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도 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간단한 신청서 한 장으로 신분증의 성별 표기를 바꿀 수 있다.)

한편 미하이에게는 경찰이 찾아온다. 게오르기우 부부의 십 대 딸 엘리아(바네사 체반 분)가 통학버스에서 부모에게 받은 “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누군가 들은 모양이다. 당시 엘리아는 몸에 든 멍도 보여 주었는데, 그 멍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생겼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는 미란다 원칙에 따른 권리 고지 같은 것이 아예 없는 듯하다. 노르웨이어가 그리 능숙하지 않은 미하이는 이내 아이들이 걷잡을 수 없이 굴 때 가끔 엉덩이를 “찰싹 때린다”고 인정하고, 아이들을 “때려 왔다”고 자백하는 진술서에 서명한다.

이제 게오르기우 부부는 꼼짝없이 궁지에 몰린다. 리스베트 역시 녹음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군다에게 비슷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엘리아와 남자 형제가 부엌에서 거칠게 장난을 치다가 끓는 물이 담긴 주전자를 넘어뜨려 아기가 하마터면 화상을 입을 뻔하자, 자신이 엘리아를 밀쳤다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1987년 아동 체벌을 범죄로 규정하는 법을 가장 일찍 도입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고, 2010년에는 가장 가벼운 엉덩이 체벌까지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 나라에서는 학교 전자건반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몇 마디만 연주해도 사람들이 몸서리치며 못마땅해한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들은 순록을 기르는 노르웨이 사미족의 정령신앙적 종교 상징물을 전시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게오르기우 부부를 위해 마츠의 아내이자 변호사인 미아(리사 칼레헤드 분)가 변호에 나선다.

미아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세속적인 자유주의자이지만, 나이 들고 우울증을 앓는 마츠의 아버지를 돌봐 온 리스베트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 게오르기우 부부를 고압적으로 대하는 방식은 종교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미아의 신념에 어긋난다. 미아는 법정에서 힘을 쏟아 부모가 임시로 양육권을 되찾게 한다. 다만 리스베트는 부모 교육을, 미하이는 분노 조절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미하이 자신이다. 스탠의 섬세하고 탁월한 연기를 통해 드러나는 그는, 자녀들에게 헌신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깊은 결함도 지닌 아버지이다. 그는 실제로 툭하면 욱하는 성미를 지녔고, 재판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가장 큰 적이 된다.

가족생활 구석구석으로 뻗어 드는 바르네베르네의 촉수에 대한 그의 분노에 공감하면서도, 그가 수시로 터뜨리는 격한 말을 좀 억제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그는 미아의 조언을 거슬러 루마니아 대사관과 규모는 작지만 목소리는 큰 노르웨이 복음주의 공동체의 지원을 끌어모으기로 한다. 법정 밖에서 구호를 외치고 손팻말을 흔드는 군중은 세속화된 노르웨이 다수 대중의 반감을 산다. 이들은 어떤 열의의 표출이든, 더구나 그리스도교적 열의라면 더더욱 일종의 극단주의로 여기는 데 익숙하다.

그리고 나는 미하이가 자녀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고는 단 한 순간도 믿지 않았지만, 영화 속 그는 몹시 엄격한 아버지로 그려진다. 휴대전화도, 비디오게임도, 유튜브도 허용하지 않는 가정 규율을 벌로써 강제하고, 가정의 교리 교사로서 상당한 분량의 성경 암송을 요구한다.

『피오르』는 게오르기우 부부가 루마니아로 돌아가기로 결정하면서, 서글픈 미해결 상태로 끝난다. 이것은 우선 화해가 불가능해 보이는 문화적 충돌의 비극이다. 사회적·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소수 집단이 동질적인 스칸디나비아 사회와 맞서는 것이다. 그 사회는 스스로를 자유주의적이며 모든 생활 방식에 관용적인 사회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 합의한 가치에 엄격히 순응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또한 개인의 비극이기도 하다. 관련된 모든 사람이 인간이고, 따라서 완전함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선행을 마친 미아는 게오르기우 부부가 맞닥뜨린, 더욱 중대하고 복잡한 형사재판에서는 변호를 맡지 않겠다고 한다. 그 재판에서는 두 사람 모두 자신들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한 사실을 부지중에 인정해 버린 상태이다.

게오르기우 집안의 아이들은 세속적인 학교 친구들과 유대감을 쌓았다. 특히 엘리아는 마츠의 반항적인 십 대 딸과 가까운 친구가 되었는데, 미하이는 그 우정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게오르기우 집안의 모든 아이는 노르웨이 위탁 부모들의 한결 느슨한 생활 규율을 경험했고, 앞으로 벌어질 세대 갈등의 씨앗은 이미 뿌려졌다.

이 영화는 가차 없지만, 아름답기도 하다. 노르웨이 서부 해안의 거칠고 나무 한 그루 없는 풍경, 피오르와 빙하와 바다, 외로이 서 있는 판자 외벽의 집들, 반짝이는 얼음빛 푸른색과 눈처럼 흰색. 촬영감독 투도르 블라디미르 판두루는 이 모든 것을 솜씨 있게 담아낸다. 모든 것을 말해 주는 풍경이다.

작은 마을 한가운데에는 오래된 흰 교회가 하나 서 있다. 아마 루터교회일 것이다. 그 첨탑은 빙하처럼 푸른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거의 아무도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교회이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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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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