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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주민의 집인가, 김정은의 기념비인가

2026-10-29 20:45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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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벽 타일·공사 속도 강조하면서 노동조건·안전 정보는 빠져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평양 화성지구 5단계 살림집 건설의 마감공사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의 업적을 부각했다. 그러나 주민의 생활 개선을 내세운 보도에서 정작 두드러지는 것은 주거 여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보다 군인과 건설자들의 충성 경쟁, 당이 정한 기한을 맞추기 위한 동원 구호다.

제공된 북한 보도는 외벽 타일 붙이기가 대부분 끝났으며 창틀 설치와 보도블록 시공 등 마감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 현장의 성과를 소개하면서도 제목부터 이를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창조물’로 규정했다. 주민이 살아갈 집을 지도자의 통치 성과를 과시하는 상징물로 앞세운 것이다.

주택 공급 자체는 주민 생활에 필요한 사업이다. 문제는 그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보도는 건축물의 웅장한 외관과 산뜻한 타일을 강조하지만, 공급 가구 수와 입주 대상 선정 기준, 전력·급수·난방 여건, 준공 이후 유지관리 계획 등 실제 생활에 직결되는 정보는 제시하지 않았다. 건물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상세히 설명하면서 그 안에서 주민이 어떻게 살아갈지는 충분히 밝히지 않은 셈이다.

건설 현장을 채운 군대식 동원과 정치선전

보도에는 여러 인민군 부대와 성·중앙기관 소속 건설조직이 등장한다. 민간 기관의 작업조직에도 여단·연대·대대라는 군대식 명칭이 사용됐다. 주택 건설이 군과 행정기관을 폭넓게 투입하는 동원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장 운영을 설명하는 표현도 전투를 방불케 한다. 현장방송과 시각 선전물을 활용해 작업 의욕을 끌어올리고, 공정을 동시에 밀어붙이며, 혁명적 열의를 높인다는 내용이 반복된다. 노동자의 숙련과 적정한 작업시간, 충분한 휴식보다 사상적 각오와 헌신이 전면에 배치돼 있다.

반면 이들이 어떤 보수를 받고 하루 몇 시간 일하는지, 보호장비와 추락 방지시설은 충분한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떤 보상이 이뤄지는지는 보도에 없다. 이 자료만으로 개별 현장의 강제노동이나 안전사고 발생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조건에 대한 설명 없이 헌신만 찬양하는 보도로는 건설 성과의 실제 비용을 알 수 없다.

‘당에 대한 신뢰’로 평가하는 시공 품질

북한 보도는 기술규정 준수와 시공 품질 확보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만 품질의 의미를 주민의 안전과 권리보다 당 정책의 관철, 당에 대한 신뢰 유지와 연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런 평가 방식에서는 하자가 발견됐을 때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고치는 절차보다 정치적 성과를 지키려는 압력이 앞설 위험이 있다. 특히 당이 정한 기간 안에 완공해야 한다는 요구와 품질 확보가 충돌할 경우, 공사를 멈추거나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보도에는 독립적인 안전검사 결과나 하자 검증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 품질을 강조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전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충성심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구조·소방·전기·설비가 실제로 안전하다는 검증이다.

집을 ‘은정’으로 돌리는 통치 방식

건설자들의 노동과 공공자원이 투입된 주택을 당의 은정으로 설명하는 서술 역시 문제다. 주민이 누려야 할 주거복지를 지도자가 베푸는 선물로 바꾸면, 입주자는 권리를 가진 시민보다 감사와 보답을 요구받는 수혜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화성지구 건설의 가치는 김정은 시대의 기념비가 얼마나 높고 화려하게 세워지는지로 판단할 수 없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입주하는지, 건설자는 정당한 대우를 받았는지, 주민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지가 기준이어야 한다.

외벽 타일이 완성됐다는 소식만으로 주민의 행복까지 완성된 것은 아니다. 북한 당국이 인민을 위한 건설을 말하려면, 지도자 찬양에 앞서 노동자의 권리와 입주민의 생활을 구체적인 정보로 보여줘야 한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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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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