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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507] 모든 것을 볼 수는 없다

2026-10-30 08:17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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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S. 디아스 델 카스티요 Germán S. Díaz del Castillo is associate editor at First Things. 부편집장


혼인 준비 과정에서 아내와 나는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 검사를 받아야 했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애정을 받기를 선호하는지 ‘발견’하게 해 준다는 사이비 과학적 검사였다. 결과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았고, 내게는 배우자를 알아 가는 과정을 손쉽게 최적화하려는 시도로 보였다.

매체를 통해 누군가를 알아 가는 일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네이선 필더와 랜스 오펜하임의 새 다큐멘터리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아무리 많은 영상이 있어도 한 사람을 알아 가는 일을 대신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엘리자베스 홈스는 자신의 의료 기술 기업 테라노스가 손가락을 한 번 찔러 얻은 혈액만으로 수백 가지의 정확한 혈액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고 거짓으로 주장한 혐의로 2022년 사기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홈스와 약혼자 빌리 에번스는 사람들이 ‘진짜 리즈’를 알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홈스가 11년형의 복역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 한 달을 기록해 달라고 필더와 오펜하임을 초대했다.

테라노스 사건은 10년도 더 전에 일어났다. 당시에도 나는 그 사건에 도무지 관심이 생기지 않았고,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홈스라는 인물 자체는 별개의 문제다. 제목 그대로 영화는 홈스가 모유를 먹이고, 요리하고, 운동하는 모습을 비롯해 그 사이의 모든 일상을 보여 준다.

가족의 사생활을 둘러싼 모든 장벽이 허물어진다. 필더는 두 사람의 침대에 눕고 홈스와 함께 바다에서 수영하며, 어느 장면에서는 에번스가 완전히 벌거벗은 모습까지 나온다. 영화는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도 촬영되어, 아주 미세한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사생활을 공개한 유명 인사 가운데 홈스만큼 철저하게 자신을 내보인 사람은 드물다.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속 엘리자베스 홈스는 우리가 이전에 보았던 인물과는 다르다. 『포브스』와 『뉴요커』의 찬사 가득한 인물 기사에서든, 그를 혹독하게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서든, 훌루의 인기 미니시리즈 《드롭아웃》에서 어맨다 사이프리드가 연기한 모습에서든 우리가 보았던 홈스와는 다르다.

영화가 그의 엉뚱함에 초점을 맞추려고 몇 차례 시도하기는 하지만, 그는 겉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어머니이자 아내다. 그러나 이것이 ‘진짜 리즈’일까? 필더는 확신하지 못하고, 영화는 그 뒤 두 시간을 뚜렷한 방향 없이 홈스라는 인물을 퍼즐 풀듯 해독하려는 시도에 할애한다. 필더는 그에게 진실을 말하는 법을 가르치려 하지만, 홈스는 자신은 평생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한다.

어떤 장면들에서 홈스는 자신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을 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커녕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듯하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악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세상에서 윤리를 가르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행히 우리의 사법제도는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든 법을 어기면 처벌한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에번스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홈스를 조종하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데 할애된다. 필더는 그렇다고 의심한다. 어느 대목에서 에번스는 홈스의 삶 전체의 목적이 자신을 위해 ‘사랑의 기념비들’을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내가 있던 영화관의 관객들은 경악했다. 이는 에번스가 상대를 조종하고 통제하는 약혼자라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열광적인 평론과 매진된 상영관들은 비평가들과 관객들이 홈스의 내면세계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는 투자자들을 속일 때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을까?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있을까? 동정심을 얻으려고 필더와 영화 관객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일까? 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답을 구하러 온 이들에게 남는 것은 “누가 알겠는가?”라는 흡족하지 못한 대답뿐이다.

필더와 오펜하임은 영화가 시도하는 일의 헛됨을 알고 있는 듯하다. 성급한 이 시대에 우리는 소통할 때와 마찬가지로 손쉽게, 그리고 소통에 사용하는 바로 그 매체들, 곧 영화와 짧은 동영상, 문자와 음성을 통해 사람들의 내면세계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 기껏해야 사람들에게 성격 검사지 하나를 건네고는 그들을 안다고 말한다. 현실은 다르게 작동한다.

사랑이 먼저 오고, 그다음에 이해가 온다. 다른 사람을 참으로 아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사랑이 보는 것만 빼고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관객의 예상을 뒤집으며, 홈스는 자기 삶의 목적이 정말로 에번스를 위해 ‘사랑의 기념비들’을 세우는 것이라고 필더에게 인정한다.

어쩌면 진짜 엘리자베스 홈스를 아는 사람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뿐일지도 모른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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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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