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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시 대화의 문이 열린다면..

2026-11-04 08:39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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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주민의 삶이 대화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북한이 바이낸스 해킹 사태와 관련해 미국을 또다시 비난하고 나섰다. 김여정은 북한을 배후로 지목한 미국의 발표에 반발하면서도, 곧바로 보복을 선언하기보다 북미 관계를 둘러싼 여지를 남겼다.

이를 두고 겉으로는 미국을 규탄하면서도 대화의 가능성까지 닫으려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난의 언어 속에 협상의 공간을 남겨둔 셈이다. 다만 그것이 실제 대화 의지인지는 앞으로의 행동으로 확인해야 한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북 대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더 절실한 질문은 회담의 날짜가 아니다. 다시 마주 앉는다면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 이번 대화는 한반도의 미래를 어디로 이끌어야 하는가. 그 답을 준비하지 않은 채 대화 재개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기대와 실망의 시간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다시 열리는 대화는 분단과 적대, 핵 위협과 주민 억압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이제는 끝내는 길로 들어설 것인지를 분명히 확인하는 자리여야 한다. 서로 다른 의도를 감춘 채 같은 합의문에 서명하고, 돌아서서는 각자의 승리를 선전하는 방식으로는 한반도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듣기 좋은 선언보다 선택의 명료함이다.

돌이킬 수 없는 결론이란 거창한 문구를 뜻하지 않는다. 합의를 되돌리는 데 따르는 책임이 분명하고, 약속의 이행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성과가 주민의 일상에 쌓이는 상태를 뜻한다. 핵 위협을 줄이고 제거해 나갈 구체적인 조치와 검증, 군사적 충돌을 막을 장치, 합의 이행에 상응하는 관계 개선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무엇을 언제까지 실행할 것인지가 빠진 약속으로는 부족하다.

그 중심에는 반드시 북한 주민이 있어야 한다. 북한 문제를 핵과 미사일, 제재와 체제 안전의 교환으로만 다루면 정작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협상장 밖에 남는다. 주민이 굶주림과 강제노동에서 벗어나고, 정보를 접하며,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변화가 대화의 성과에 포함돼야 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북한의 광범위한 강제노동을 지적하면서, 일부 사례는 노예화에 해당하는 반인도적 범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의 자유를 요구하는 것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인간을 국가의 소유물처럼 취급하는 현실을 끝내라는 요구다. 주민의 권리를 뒤로 미룬 평화는 그들의 침묵 위에 세워진 불완전한 평화일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이 대화의 구경꾼이 될 수 없다. 한반도의 장래와 국민의 안전이 걸린 결정을 미북 두 나라의 거래에 맡겨둘 수는 없다. 정부는 대화의 성사에 박수를 보내는 데 머물지 말고, 안보와 인권, 평화와 통일의 원칙을 협상에 반영해야 한다. 북한 주민도 한반도의 미래를 함께 결정할 주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문제가 한 번의 회담으로 해결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해결의 방향조차 분명히 하지 못하는 회담을 거듭할 여유도 없다. 단계적으로 나아가더라도 도착지는 명확해야 한다. 북한 지도부가 국제사회와 약속을 지키며 주민의 권리를 넓혀갈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대화를 통해 기존의 핵과 통치체제를 유지할 시간만 얻으려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 판단의 기준은 말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행동이어야 한다.

더 이상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외교가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강제노동에 내몰리고, 누군가는 자유를 알지 못한 채 생을 마친다. 더 이상 북한 주민들을 노예와 같은 상태에 묶어둘 수는 없다. 다시 대화의 문이 열린다면, 그 문은 회담장 안의 지도자들뿐 아니라 회담장 밖의 주민들에게도 열려야 한다.

이번에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 억압과 적대의 세월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이제 끝내기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인가.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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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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