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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영웅묘역에 잔디를 심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숭고한 행사”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체제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형적인 정치 연출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행사를 두고 “조국의 존엄과 명예를 지킨 영웅들의 삶을 영원히 칭송하는 성지 조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은 사실상 국가 권력의 정치적 메시지를 미화하는 수사에 가깝다. 특히 ‘해외군사작전’이라는 표현 자체가 구체적인 실체를 밝히지 않은 채, 체제의 군사적 위상을 과장하려는 의도가 짙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행사에 동원된 주체다. 당중앙위원회와 국방성 직원들까지 나서 잔디를 심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조경 작업이 아니라, 충성심을 과시하는 정치행위로 읽힌다.
북한에서는 노동이나 건설, 심지어 조경 작업조차도 체제에 대한 충성 경쟁의 일환으로 조직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행사 역시 ‘정성을 담아 포기마다 심었다’는 표현을 통해 개인의 자발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상명하복식 동원 구조 속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영웅묘역’과 ‘성지’라는 표현은 북한 특유의 정치적 신성화 전략을 보여준다. 전사자에 대한 추모를 종교적 수준의 숭배로 끌어올림으로써,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일종의 신념 체계로 고착시키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희생을 국가 권력의 상징으로 전환하는 전형적인 전체주의적 방식이다.
특히 “가장 정의로운 국가와 가장 강대한 군대의 상징”이라는 선전 문구는 현실과의 괴리를 드러낸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인권 문제와 군사적 도발로 비판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정의’와 ‘영광’을 강조하는 서사를 반복함으로써 주민들의 인식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잔디 심기’ 행사는 단순한 환경 미화 활동이 아니라, 체제 선전을 위한 상징 조작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전사자의 희생을 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 유지와 충성 동원을 위한 정치적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전사자를 기리고자 한다면, 그들의 희생을 체제 선전에 이용하기보다, 생명과 인간 존엄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북한은 여전히 ‘기억’마저도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김·성·일〈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