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에 노인층의 이동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은 충격을 넘어 우려를 금할 수 없게 한다. 이는 단순한 교통 혼잡 완화 대책의 차원을 넘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행정 편의의 이름으로 재단하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이동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다. 특정 연령대를 겨냥해 “출퇴근 시간에는 이동을 자제하라”는 식의 접근은, 사실상 공공 공간 이용을 선별적으로 제한하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이는 명백히 차별의 문제이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그들을 배제 대상으로 삼는 모순적 태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발상에 깔린 인식이다. 노인층을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한가한 존재’로 간주하고, 혼잡의 책임을 그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에 대한 존중을 결여한 태도다. 고령층 역시 직장을 다니고, 병원을 찾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시민이다. 그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순간, 우리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이라는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정 집단의 이동을 제한하는 정책이 용인된다면, 그 다음 대상이 누구일지는 자명하다. 장애인, 임산부, 혹은 다른 사회적 약자들이 ‘혼잡을 유발하는 존재’로 낙인찍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공의 편의를 이유로 기본권을 후순위로 밀어내는 순간, 사회는 점진적으로 통제의 논리에 잠식된다.
정부가 진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시민의 권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혼잡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교통 인프라 확충, 출퇴근 시간 분산 정책, 근본적인 도시 교통 설계 개선 등 책임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특정 집단을 규제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회피에 불과하다.
국가는 국민 위에 존재하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동권을 제한하는 발상은 그 존재 이유를 거꾸로 뒤집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존중이며, 배제가 아니라 공존이다.
정부는 즉각 이러한 검토 지시를 철회하고,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모든 정책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자유를 조금씩 양보하는 사회는 결국 그 자유를 완전히 잃게 된다. 지금 우리는 그 위험한 출발점에 서 있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