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북한이 평안북도 삼광축산농장을 내세워 이른바 “축산현대화의 본보기”라고 선전하고 있다. 정보화, 지능화, 집약화, 공업화가 높은 수준에서 실현됐고, 현대축산업 발전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북한 축산업이 실제로 얼마나 열악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체제 선전에 불과하다.
조선신보는 삼광축산농장이 “기존관념을 깨고 새 경지를 개척했다”고 치켜세우며, 특히 종축관리기술과 우량품종 도입, 생산성 향상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곧 지금까지 북한 축산업이 얼마나 낙후돼 있었는지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종축관리, 품종개량, 사양관리, 방역체계 구축은 특별한 선전거리가 아니라 축산업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기본적 요소를 일부 농장에 제한적으로 적용한 것을 마치 국가 전체 축산업이 비약적으로 도약한 것처럼 과장한다는 데 있다.
삼광축산농장 한 곳의 사례를 체제 우월성의 증거로 포장하지만, 주민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축산물 공급 사정은 여전히 열악하다. 북한 주민 다수에게 고기와 우유, 달걀은 일상적인 식탁의 기본 식품이 아니라 여전히 귀한 사치품에 가깝다. 그 현실을 외면한 채 특정 농장을 쇼윈도처럼 내세우는 것은 전형적인 북한식 선전 수법이다.
더구나 북한이 말하는 “정보화”, “지능화”, “공업화”라는 표현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제사회와 단절된 상태에서 만성적인 전력난과 부품 부족, 사료난, 방역 취약성에 시달리는 북한 축산업이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현대화를 이뤘는지 의문이다.
일부 설비를 들여놓고 자동화 체계를 흉내 낸다고 해서 그것이 곧 선진 축산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대 축산은 설비 몇 대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사료 생산 기반, 수의방역 체계, 유통 시스템, 시장 접근성, 그리고 무엇보다 생산물 소비가 가능한 경제 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성립한다.
북한의 현실은 정반대다. 주민 다수가 만성적인 식량난과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농촌은 비료와 사료, 농기계와 연료 부족에 허덕인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 축산농장의 “현대화 경험”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은 민생 개선의 실질적 성과라기보다, 체제의 성과를 연출하기 위한 정치적 전시행정의 성격이 강하다.
주민들에게 돌아갈 고기와 우유의 양이 늘어났다는 구체적 수치보다, “새 경지”, “본보기”, “현대화” 같은 정치적 수사가 앞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삼광축산농장 보도는 북한 축산업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 체제가 얼마나 작은 성과도 과장해 체제의 업적으로 둔갑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주민들의 식탁이 실제로 풍요로워졌는지, 전국의 농장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축산물이 시장과 가정에 원활히 공급되는지는 찾아보기 어렵고, 대신 선전 문구만 화려하게 넘쳐난다.
북한이 진정으로 축산현대화를 말하려면 특정 농장을 본보기로 치장하는 선전부터 멈춰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모델 농장이 아니라, 주민 누구나 안정적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생활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북한의 보도는 여전히 주민 생활 향상보다 체제 치적 홍보에 더 큰 관심이 있음을 드러낸다.
삼광축산농장의 “새 경지 개척”은 결국 북한 주민의 삶을 바꾼 실질적 진전이 아니라, 낡은 선전 방식을 조금 세련되게 포장한 또 하나의 정치적 연출일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