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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권력투쟁, 美와의 종전협상 흔든다

2026-04-21 18:59 | 입력 : 안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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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의회 협상파·강경파 혁명수비대 정면충돌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협상을 앞두고 이란 내부 권력구조의 균열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외교 협상 여부를 둘러싼 정책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협상파 정치권력과 강경 군부세력 사이의 본격적인 주도권 다툼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란 협상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협상에 반대하는 아흐마드 바히디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과의 외교를 통해 국가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혁명수비대는 협상 자체에 강한 불신을 보이며 협상단의 대표성까지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갈리바프 의장은 지난 18일 이란 국영방송에 출연해 미국과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외교적 해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사이드 잘릴리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 위원 등 강경파 인사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SW는 이 발언의 실질적 표적이 결국 혁명수비대와 그 배후 세력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혁명수비대는 협상 대표단이 군부의 입장을 대변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외교 라인의 행보를 사실상 봉쇄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미국 매체 악시오스도 1차 종전협상에 참석했던 이란 대표단이 귀국 직후 혁명수비대로부터 강한 부인을 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이란 내부에서 외교 채널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없으며,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군부와 최고권력 핵심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권력의 무게추는 갈리바프보다는 바히디 사령관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ISW는 바히디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핵심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관리들이 최고권력자와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바히디는 단순한 군 지휘관을 넘어 정권 내부 의사결정의 전달자이자 관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통치 방식이다. ISW는 모즈타바가 부친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달리 정권 내 파벌 갈등을 조정하거나 중재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내부 충돌이 방치되거나 증폭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는 이란 체제가 외부와의 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단일한 전략과 명확한 명령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갈리바프 의장이 외교적 합의 도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단순한 정책적 신념 때문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협상 성과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방어하려는 절박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만약 협상이 실패하거나 강경파의 공세 속에 그가 국회의장직에서 밀려난다면, 그것은 단순한 인사 변동이 아니라 이란 권력지형에서 군부 강경파의 완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미·이란 종전협상의 최대 변수는 워싱턴의 협상 조건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란 내부에 과연 하나의 목소리가 존재하느냐는 데 있다. 협상장을 향해 움직이는 대표단과 총구를 쥔 군부가 서로 다른 언어를 말하고 있다면, 어떤 합의도 처음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란 내부 권력투쟁은 이제 외교의 배경이 아니라 협상 자체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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