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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이른바 ‘조로친선병원’을 건설하겠다며 대대적인 착공식을 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두고 북러 친선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양국 인민의 복리를 위한 상징적 사업이라고 선전했지만, 그 실상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는 주민 복지를 위한 순수한 의료 협력이라기보다 북러 밀착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연출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번 병원 건설의 위치부터가 그 성격을 잘 보여준다. 병원이 들어서는 곳은 북한 주민 다수가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내륙 오지나 낙후 지역이 아니라, 북한이 대외적으로 공을 들여 홍보해온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명사십리 일대다.
북한 당국 스스로도 이 병원이 “지역인민들은 물론 세계일류급의 관광명소를 찾는 손님들”에게 봉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이 병원은 북한 주민 전체의 보건권 향상을 위한 공공의료 인프라라기보다 관광특구와 대외 과시용 개발사업을 뒷받침하는 부속 시설의 성격이 짙다.
북한이 진정으로 주민 건강과 생명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지방 병원과 진료소의 의약품 부족, 노후화된 설비, 전력난, 의료 인력 부족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수십 년째 주민들의 기본적인 의료 접근권을 방치한 채, 외국 손님과 특권층이 이용할 수 있는 상징 시설 건설에는 과도한 자원을 투입해왔다.
이번 조로친선병원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름은 ‘친선병원’이지만, 실제로는 체제의 외화벌이와 관광 개발, 그리고 북러 정치동맹 과시에 더 가까운 사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착공식에서 쏟아진 발언들도 병원의 본질이 의료보다 정치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북한 측은 이번 병원 건설을 “불패의 전략적동맹관계”의 산물이라고 치켜세웠고, 러시아 측 역시 푸틴과 김정은의 합의를 실천하는 “특별한 의의”를 지닌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의 목표가 주민의 생명을 살리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 있다면, 강조되어야 할 것은 의료체계 개선, 공공보건 확대, 감염병 대응, 의약품 공급 안정 같은 내용이어야 한다. 그런데 착공식 연설의 중심에는 온통 “수뇌 상봉”, “전략적 동맹”, “친선의 상징”, “공고한 관계” 같은 정치적 수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이 병원이 애초부터 의료기관이기 이전에 외교 선전물로 기획됐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단순한 경제협력이나 문화교류 차원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국제사회는 북러 관계를 군사·정치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위험한 결속으로 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병원 건설을 ‘인도주의 협력’으로 포장하는 것은 매우 위선적이다.
주민의 삶을 개선한다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프로젝트조차 사실상 양국 권위주의 정권의 결속을 상징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셈이다. 병원은 환자를 위한 공간이어야지, 권력자들의 사진과 구호를 위한 배경막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늘 이런 방식으로 시설 하나를 세우면서 ‘인민의 복리’를 말한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북한 주민 대다수는 병원보다 장마당 약품에 의존하고, 치료보다 생존을 걱정한다.
전력과 물자, 의약품조차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환경에서 ‘현대적 병원’ 하나를 관광지에 세운다고 해서 북한 보건의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소수의 외국인과 특권층, 체제 선전용 방문객들이 이용할 시설이 추가될 뿐이다.
결국 조로친선병원 착공식은 인도주의의 진전이 아니라, 북러 밀착을 미화하는 또 하나의 선전 행사로 보아야 한다. 주민 복지를 말하면서 주민 전체가 아니라 관광지와 권력 주변만 챙기는 체제, 의료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정치적 상징만 부각하는 정권, 그리고 그 무대에 함께 올라선 러시아의 모습은 이 사업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병원이 진정한 친선의 상징이 되려면 먼저 그 문이 북한 주민 전체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서 병원은 여전히 생명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체제를 장식하는 무대에 가깝다. 원산 갈마에 세워질 조로친선병원도 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