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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민들레’ 상표의 지능계발용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학습장에 필기하는 과정에서 국어와 영어를 습득하고, 속셈카드를 통해 계산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식의 소개다.
겉으로만 보면 아동 교육과 지능계발을 위한 새 제품 개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북한 교육 현실의 발전상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 빈곤과 체제 선전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에 가깝다.
북한 매체는 민들레관리국과 민들레학습장공장이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지능계발용 제품을 개발·생산해왔다고 소개했다.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설계했고, 처음 개발한 속셈카드는 더하기와 빼기에서 여러 자리 수의 곱셈과 나눗셈까지 다루며 호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로운 제품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보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혁신’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낮은 기술 수준이다. 초보적인 산수 카드, 국어·영어 학습장, 필기 과정에서 익히는 단어 학습 방식은 세계적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편화된 기초 교육 도구에 불과하다.
디지털 교재,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학습,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세계 교육 현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는 시대에, 북한은 여전히 종이 학습장과 속셈카드를 ‘지능계발용 제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러한 기초 제품조차 체제의 성과처럼 선전한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교육 환경이라면 학습장과 계산카드는 학교와 가정에서 당연히 제공되어야 할 기본 교구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런 물품의 개발과 공급이 마치 국가적 성과인 것처럼 보도된다. 이는 북한 어린이들이 얼마나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 놓여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소비자들의 의견에서 착상을 얻었다”는 대목도 북한식 선전의 전형이다. 자유로운 시장경제와 민간 기업이 존재하는 사회라면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선하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러한 평범한 시장 원리마저 당국 산하 기관의 성과처럼 묘사된다. 이는 북한 경제가 얼마나 폐쇄적이며, 교육 제품 하나조차 자율적 경쟁과 창의적 개발이 아니라 국가 관리 체계 안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국어와 영어 습득’을 강조하는 점도 모순적이다. 영어 학습을 장려한다고 말하면서도 북한 사회는 외부 정보 접근을 철저히 통제한다. 언어는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통로다.
그러나 북한에서 외국어 교육은 자유로운 세계 시민을 기르는 과정이 아니라, 체제에 필요한 제한된 기능 인력을 만드는 수단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외국어를 배워도 외국 서적을 자유롭게 읽을 수 없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와 연결될 수 없으며, 해외의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교육이라 보기 어렵다.
북한이 정말 어린이들의 지능계발을 원한다면 필요한 것은 속셈카드 몇 장이나 선전용 학습장이 아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고, 읽고, 쓰고, 상상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다. 그러나 북한의 교육은 여전히 김씨 일가 우상화, 사상교양, 충성심 주입에 깊이 묶여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아무리 새로운 학습장을 만든다고 해도 아이들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가 자라기는 어렵다.
이번 보도는 북한 당국이 ‘민들레’라는 부드러운 이름을 앞세워 교육 분야의 성과를 강조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진짜 민들레는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퍼진다.
북한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 자유다. 종이 학습장 위에 적힌 단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단어를 통해 자유롭게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권리다.
북한 당국은 기초 학습용품 생산을 선전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아이들이 정말 배울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교실에서 체제 찬양이 아닌 진실을 배울 수 있는가. 외국어를 배우면서 외부 세계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한, ‘민들레’ 학습장의 인기는 교육 발전의 증거가 아니라 폐쇄 체제 속 빈곤한 교육 현실을 가리는 또 하나의 선전물일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