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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대통령선거에서는 이긴다. 그런데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진다. 이 반복되는 현상을 단순히 후보 경쟁력, 공천 갈등, 조직력 차이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선거마다 변수는 있다. 지방선거와 총선은 지역 후보의 인지도, 조직력, 현안 대응력, 공천 후유증, 투표율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지역 선거에서 ‘주소’가 곧 정치적 권한이 된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선거는 전국 단위 선거다. 유권자의 한 표는 전국 합산 결과에 반영된다. 특정 지역으로 일부 주소가 이동하더라도 전체 판세를 뒤흔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방선거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전혀 다르다. 한 지역의 단체장, 지방의원,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 유권자의 표로 결정된다. 수백 표, 때로는 수십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접전지에서는 작은 표의 이동도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실제 생활권은 다른 곳에 있으면서 선거인명부상 주소만 특정 격전지로 옮긴 유권자가 있다면, 그는 그 지역의 행정, 세금, 교육, 교통, 개발 정책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으면서도 그 지역 대표를 선택하는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이것이 개인적 사례에 그친다면 제도의 사각지대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직화된 주소이전이 특정 접전지에 집중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관외 사전투표는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관외 사전투표는 본래 유권자 편의를 위한 제도다. 주소지에 가지 않아도 사전투표 기간 중 현재 머무는 곳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해 참여를 넓히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주소이전 문제와 결합하면 전혀 다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실제로는 A지역에 살고 일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주소만 B지역 격전지로 옮긴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선거 기간에도 A지역에 머물며 관외 사전투표를 통해 B지역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경우 B지역 주민의 삶과 무관한 표가 B지역 대표를 결정하는 데 사용된다. 만약 이런 방식의 표가 수백 명, 수천 명 단위로 움직인다면, 실제 지역 주민의 민심은 외부에서 설계된 표심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
총선도 예외가 아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을 대표해 입법권과 예산권을 행사한다. 몇 개 지역구의 근소한 승패는 국회 전체 권력 구도를 바꿀 수 있다. 원내 과반, 상임위원장 배분, 법안 처리, 심지어 개헌 저지선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국 단위로 보면 작아 보이는 표의 이동이 지역 단위에서는 권력 지형 전체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선거에서는 이기는데 지방선거와 총선에서는 왜 지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정치평론의 대상이 아니다. 이는 선거제도의 구조를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특히 접전지에서 선거 직전 전입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그 전입자들의 실제 거주 여부는 어떤지, 관외 사전투표 비중과 득표 흐름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선거인명부 확정 전후 주소이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은 없는지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이 문제 제기는 특정 선거 결과를 무조건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선거제도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구조적 허점을 점검하자는 데 있다. 선거는 결과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절차가 신뢰받아야 결과도 승복된다.
대통령선거에서는 이기고 지방선거와 총선에서는 지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이제는 정치적 감각이나 조직력 탓만 할 것이 아니다. 전국 선거와 지역 선거의 구조적 차이, 주소이전과 관외 사전투표가 결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지역 표심 왜곡 가능성을 정면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주소만 옮긴 표가 지역 민심을 대표할 수 있는가.
관외 사전투표가 조직적 전입과 결합할 때 접전지 결과를 흔들 수 있는가.
지역 주민의 선택과 조직 표심의 경계는 어디인가.
선거에 편리성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공정해야 한다. 공정성은 의혹을 외면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공정성은 의혹이 생길 수 있는 제도의 빈틈을 정직하게 점검하는 데서 시작된다.
* 리베르타임즈는 사전투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해부하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특별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