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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평양 락랑구역 정오동의 한 식당에서 개성 특산음식인 삼계탕을 맛볼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개성고려인삼과 대추, 밤, 은행, 찹쌀을 넣은 삼계탕이 영양 보충과 건강에 좋다는 설명과 함께, 식당 내부의 전통 장식과 손님들의 밝은 표정까지 묘사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북한 주민 다수의 실제 식생활과는 거리가 먼 선전용 풍경에 가깝다. 문제는 삼계탕 자체가 아니라, 삼계탕 한 그릇을 ‘인민의 행복’처럼 포장하는 북한 체제의 선전 방식이다.
‘특산음식’은 있지만, 평범한 주민의 밥상은 어디에 있는가
북한 매체는 삼계탕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개성고려인삼과 연결해 설명하며, 평양 시민들이 지방 특산음식을 즐기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식당 안에는 박우물, 오지독, 나무절구, 초가이영, 고화, 앵무새 등 전통과 정취를 강조하는 장치들이 배치돼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에게 절실한 것은 장식된 식당의 분위기가 아니라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다. 일부 식당에서 관광객이나 평양의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삼계탕을 판매한다고 해서, 그것이 북한 사회 전체의 식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삼계탕은 닭, 인삼, 찹쌀, 밤, 대추 등 여러 재료가 들어가는 보양식이다. 이런 음식을 평양의 특정 식당에서 제공한다는 사실은 오히려 북한 내부의 소비 격차를 드러낸다. 누구는 특산음식과 보양식을 즐기고, 누구는 여전히 식량 배급과 생계 문제 앞에서 고통받는 구조가 병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의 식당 홍보는 ‘정상국가 이미지’ 연출이다
이번 보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음식보다 공간 묘사다. 북한 매체는 식당 내부의 전통 소품과 정갈한 식사실, 손님들의 미소를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맛집 소개가 아니라, 북한이 여전히 주민 생활이 안정되고 문화적 여유가 있는 사회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선전 문법이다.
북한은 자주 평양의 새 거리, 호텔, 식당, 맥주집, 관광시설 등을 소개하며 체제의 발전상을 과시한다. 그러나 평양의 특정 공간은 북한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양은 체제 충성도와 정치적 선별을 통해 관리되는 특권 도시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평양의 삼계탕식당을 보여주며 “인민들이 밝은 미소를 짓는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 사회의 평균적 현실을 설명하기보다 체제 선전에 필요한 장면을 골라 보여주는 방식에 가깝다.
개성 특산음식마저 평양 중심으로 소비되는 현실
개성은 고려의 역사와 인삼, 전통음식으로 유명한 도시다. 북한 매체는 개성 삼계탕을 평양에서도 맛볼 수 있다고 소개했지만, 이 표현 자체가 북한의 평양 중심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방의 특산물과 전통문화는 평양의 소비 공간으로 가져와야 비로소 선전 가치가 생긴다. 개성의 전통은 개성 주민의 삶과 지역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지기보다, 평양 식당의 장식과 메뉴로 소비된다.
지역의 특산음식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이 함께 풍요로워져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지방은 여전히 평양을 떠받치는 자원 공급지에 가깝다. 개성고려인삼의 명성은 강조되지만, 개성 주민의 생활 형편과 지역 경제의 실제 모습은 드러나지 않는다.
‘밝은 미소’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밥상이다
북한 선전매체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손님들의 얼굴마다 밝은 미소가 피어난다”는 식의 묘사다. 그러나 진정한 미소는 연출된 공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벌고 먹고 선택할 수 있는 삶에서 나온다.
식당 하나를 꾸미고, 전통 소품을 배치하고, 보양식을 소개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국가가 주민의 이동과 직업, 표현과 거래, 신앙과 사상의 자유를 통제하는 체제에서 식탁의 풍요는 결코 보편적 권리가 될 수 없다.
평양의 삼계탕 한 그릇은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장면일 뿐이다. 북한 주민 전체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은 그 식당의 메뉴판이 아니라, 지방 장마당의 가격, 배급의 중단, 농촌의 노동 동원, 주민들의 생계 부담이다.
삼계탕 선전보다 민생의 진실을 말해야 한다
북한이 정말 인민의 건강과 영양을 걱정한다면, 특정 식당의 삼계탕을 홍보할 일이 아니라 주민 전체가 안정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평양의 일부 식당을 통해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것은 민생 개선이 아니라 민생 포장이다.
개성의 특산음식 삼계탕은 귀한 전통음식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음식이 북한 선전의 소재가 되는 순간, 질문은 달라진다. 누가 그 삼계탕을 먹을 수 있는가. 누가 그 식당에 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밖의 수많은 주민들은 오늘 무엇을 먹고 있는가.
북한 체제가 답해야 할 것은 삼계탕의 효능이 아니라, 인민의 허기다. 평양의 식당 장식이 아무리 정갈해도, 주민의 삶이 굶주림과 통제 속에 놓여 있다면 그것은 문명도 풍요도 아니다. 그것은 잘 차려진 선전의 식탁일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