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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중국 인권활동가 동광핑이 고무보트를 타고 서해를 건너 충남 태안 해역에 도착했다. 한국 해경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그를 조사하고 있지만, 이 사건을 단순한 ‘밀입국’ 사건으로만 처리해서는 안 된다.
그는 일자리를 찾아 몰래 국경을 넘은 사람이 아니다. 그는 중국 전체주의 체제의 감시와 탄압을 피해 목숨을 걸고 자유의 땅을 찾아온 반체제 인사이자 인권투사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동광핑은 중국 산둥성 웨이팡에서 출발해 30시간 넘게 300㎞ 이상을 항해한 끝에 한국 해역에 도착했으며, 발견 당시 거의 의식을 잃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직 공안 출신이지만 중국 공산당 체제의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활동가로 돌아섰고, 1989년 톈안먼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활동 등으로 반복적으로 구금과 처벌을 당해왔다.
그의 과거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분명히 말해준다. 동광핑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국가정권 전복 선동’ 혐의로 3년간 수감됐다. 2014년에는 톈안먼 유혈진압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여한 뒤 8개월 넘게 비밀 구금됐다. 프런트라인 디펜더스는 그를 “인권옹호자이자 전직 정치수”로 소개하고 있으며, 그가 민주화 활동 때문에 중국 당국의 탄압을 받아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2015년 태국 사건이다. 동광핑은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피신해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보호를 요청했고 제3국 재정착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러나 태국 당국은 그를 중국으로 강제 송환했다. 이후 그는 다시 중국에서 재판을 받고 장기 수감됐다.
프런트라인 디펜더스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충칭시 법원에서 ‘국가정권 전복 선동’과 ‘불법 월경’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2019년 형기를 마치고 석방됐다.
이런 전력을 가진 사람을 중국으로 돌려보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너무도 명백하다.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 반체제 인사, 인권변호사, 종교 자유 옹호자, 톈안먼 추모 활동가는 단순한 정치적 비판자가 아니라 체제의 적으로 취급된다. 동광핑에게 강제송환은 단순한 귀국이 아니라 재구금, 고문, 비밀재판, 장기 감시의 문으로 다시 밀어 넣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에서 가장 먼저 세워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그것은 ‘불법 입국 처벌’이 아니라 ‘강제송환 금지’와 '난민자격'이다. 국경관리와 출입국 질서는 중요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법치는 절차만을 뜻하지 않는다. 박해의 위험이 명백한 사람을 박해국가로 돌려보내지 않는 것, 그것이 문명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다.
한국은 중국의 눈치를 볼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가진 나라다. 우리는 북한 주민과 탈북민의 자유를 말해왔고, 국제사회에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생명을 걸고 한국 해역까지 온 인권투사 앞에서 침묵하거나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물론 한국 당국은 필요한 조사를 해야 한다. 신원 확인, 입국 경위, 안보상 문제 여부, 난민 신청 의사 확인은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동광핑에게는 통역, 변호인 접견, 가족과의 연락, 국제인권단체 및 유엔난민기구와의 접촉이 보장되어야 한다. 중국 측의 송환 요구가 있더라도 한국 정부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심사를 통해 그의 보호 필요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동광핑의 고무보트는 단순한 밀입국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체주의를 탈출하려는 한 인간의 마지막 자유선이었다. 그는 해상 경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다. 정상적인 여권과 비자, 항공권으로 자유 세계에 들어올 수 있었다면 누가 목숨을 걸고 고무보트에 몸을 싣겠는가.
대한민국은 이제 선택의 순간에 서 있다. 그를 ‘법 위반자’라는 이름 하나로 가둘 것인가, 아니면 자유를 찾아온 ‘보호 대상자’로 대할 것인가. 법치는 인간을 버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제도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바로 이런 순간에 그 정체성을 증명한다.
동광핑은 범죄자가 아니라 자유를 찾아온 투사다. 자유를 향해 목숨을 건 사람을 외면하는 나라는 자유를 말할 자격이 없다. 한국은 그를 품어야 한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