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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의 신의주온실종합농장 현지지도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보도는 온실 1,150여 동, 매일 수백 톤의 남새 수확, 유채꽃이 만발한 위화도지구의 풍경, 현대적 병원과 종합봉사소 건설 등을 열거하며 이 지역을 “새시대 천지개벽”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화려한 표현의 이면에는 북한 농업과 주민 생활의 근본적 실패를 가리는 전형적인 체제 선전의 구조가 드러난다.
통신은 신의주온실종합농장을 “당정책이 집대성된 직관물”이자 “실물교육의 교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농장의 본래 목적이 주민의 안정적 식생활 보장이라기보다 김정은 치적 선전과 사상교육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실제로 보도 전체에서 주민이 주체로 등장하는 대목은 거의 없다. 주민들은 “혜택을 받는 대상”으로만 묘사되고, 모든 성과는 김정은의 지도와 당 정책의 정당성으로 귀결된다.
특히 통신은 “수십 종의 남새를 매일 수백 톤씩 수확해 애육원, 육아원, 초등학원, 상업단위에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체감하는 식량 사정과 시장 물가, 지역 간 공급 격차, 배급 체계의 붕괴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일부 시범 농장과 특정 지역의 전시성 공급을 전체 인민생활 향상처럼 포장하는 것은 북한식 선전의 오래된 방식이다. 문제는 몇몇 온실의 작황이 아니라, 북한 전역의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하느냐다.
이번 보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학화”, “기계화”, “자동화”, “선진기술”이라는 용어의 반복이다. 김정은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품종별 생육조건을 보장하며, 온실 전문가 육성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북한 농업이 아직도 이러한 기본 과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지도자가 현장에 나와 원가 절감, 운반 자동화, 보관시설 확충, 판매소 확대까지 일일이 지시해야 하는 체제라면, 그것은 정상적인 농업 행정이 아니라 최고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종속된 명령경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은 온실농장을 현대적 농업의 상징처럼 내세우지만, 온실농업은 전력, 연료, 물류, 저장, 종자, 비료, 기술인력, 시장 유통망이 함께 작동해야 지속 가능하다. 전력난과 에너지 부족이 만성화된 북한에서 대규모 온실농장이 실제로 얼마나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매일 수백 톤”이라는 숫자가 선전문에 등장한다고 해서 주민 식탁에 그만큼의 신선한 채소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김정은은 농장 현지지도와 함께 병원, 종합봉사소, 남새종합가공공장 건설 현장도 둘러봤다고 한다. 북한은 이를 지방발전정책의 성과로 선전하지만, 여기에도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주민 생활을 위한 의료·복지·상업시설이라면 당연히 지방 행정과 민생 예산을 통해 안정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런 시설조차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와 군인건설자들의 “충성의 전투”를 통해 완성되는 것으로 포장된다. 이는 국가가 정상적인 공공서비스 체계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건설 현장에 군부대가 동원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북한은 군인건설자들의 헌신을 “애국”과 “충성”으로 미화하지만, 이는 사실상 군 병력을 대규모 건설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군은 국방 임무보다 체제 치적 사업에 동원되고, 청년 병사들은 정치사상교양 속에서 노동력으로 투입된다. 주민 복지시설 건설마저 군 동원과 사상교양으로 해결하는 체제라면, 그 성과를 현대화나 지방발전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관영매체는 위화도지구를 “사회주의조선의 긍지높은 축도”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진정한 사회의 축도는 유채꽃밭과 온실 외관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이동하고 거래하며,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아무리 온실이 많고 꽃밭이 넓어도, 주민이 정치적 자유 없이 당의 지시에만 복종해야 한다면 그것은 이상향이 아니라 전시용 공간에 불과하다.
북한의 이번 보도는 다시 한 번 김정은식 통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첫째, 특정 시설을 대대적으로 꾸민다. 둘째, 최고지도자가 방문한다. 셋째, 모든 성과를 당 정책과 수령의 은덕으로 돌린다. 넷째, 주민 생활의 구조적 문제는 감춘다. 다섯째, 이를 전국적 발전의 모델로 선전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북한 주민의 실제 고통을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체제의 실패를 화려한 언어로 덮는 데 그칠 뿐이다.
북한이 정말 주민의 식생활 향상을 원한다면 필요한 것은 김정은의 현지지도 사진이 아니다. 농민에게 생산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장 유통을 억압하지 않으며, 주민의 이동과 거래를 통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의 정상적 협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식량난과 농업 실패의 원인을 외부 제재나 자연조건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폐쇄적 통제경제와 수령독재 체제 자체가 주민 생존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온실남새바다”와 “유채꽃바다”라는 표현은 화려하다. 그러나 그 바다 너머에 북한 주민의 굶주림과 통제된 삶, 동원된 군인들의 노동, 최고지도자 우상화의 현실이 있다면 그것은 축복의 풍경이 아니라 선전의 무대일 뿐이다.
신의주온실종합농장이 진정한 민생의 상징이 되려면, 먼저 북한 체제가 주민을 선전의 배경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그 변화 없이는 어떤 온실도 북한 주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따뜻하게 만들 수 없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