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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부유한 문명도시”라는 선전

2026-06-07 18:20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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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치적 포장에 동원된 지방경제 발전 구호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매체가 함경남도 신포시를 “부유한 문명도시로 전변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2024년 7월 신포시 풍어동지구를 방문해 지방경제발전 관련 협의회를 지도했으며, 이 자리에서 신포시에 바다가양식사업소를 “새 세기 양식업의 본보기적인 실체”로 꾸려 지역 주민들에게 선물로 안겨주겠다는 결심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북한 특유의 치적 선전 문법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지역경제 발전의 실질적 성과보다 최고지도자의 “은정”과 “결심”을 앞세우고, 주민의 생활 조건을 개선해야 할 국가의 기본 책무를 마치 지도자가 특별히 베푸는 선물처럼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정책인가, 우상화 선전인가

신포시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이자 수산업 기반을 갖춘 지역이다. 바다양식과 수산가공, 항만 기능을 제대로 발전시킨다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은 분명히 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런 지역적 특성을 경제정책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보다, 김정은의 현지지도와 결심, 배려를 중심으로 선전한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지방경제 발전은 주민의 소득 향상, 식량 공급 안정, 산업 기반 확충, 시장 유통 개선, 일자리 창출 등의 구체적 지표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매체의 보도에는 주민이 실제로 얼마나 나아졌는지, 생산성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양식사업소 운영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대신 “탁월한 령도”, “선물”, “본보기적인 실체”라는 표현만 반복된다. 이는 경제 보도라기보다 정치 선전물에 가깝다.

‘선물’이라는 표현에 담긴 위험한 통치 논리

통신은 신포시의 바다가양식사업소 조성을 김정은이 지역 주민들에게 안겨주는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주민 생활 개선은 지도자의 호의가 아니라 국가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책임이다.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 지방의 산업 기반을 회복하는 문제,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는 문제는 통치자의 시혜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본 과제다. 이를 “선물”로 표현하는 순간, 주민은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은혜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것이 북한식 선전의 핵심 문제다. 국가 실패의 책임은 감추고, 제한적인 개발 사업은 최고지도자의 은덕으로 포장한다. 결국 주민의 삶은 사라지고 지도자의 이미지만 남는다.

신포 발전의 핵심은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다

신포시가 진정으로 “부유한 문명도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몇 개의 시범사업이나 전시성 건설이 아니다.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생산하고 거래하며, 수산물과 양식업의 수익이 실제 주민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경제 구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현실은 정반대다. 모든 경제 활동은 당과 국가의 통제 아래 놓여 있고, 주민의 자율적 생산과 유통은 언제든 단속과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방경제 발전을 말하면서도 시장의 자유, 사유재산의 보호, 주민의 이동과 거래의 자유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구조에서 아무리 “문명도시”를 외쳐도 지속 가능한 발전은 어렵다. 겉으로 보이는 시설은 만들 수 있어도, 주민이 스스로 부를 축적하고 지역경제를 키워가는 활력은 생겨나기 힘들다.

보여주기식 개발로는 주민의 고통을 가릴 수 없다

북한은 최근 지방발전, 농촌진흥, 해안도시 개발 등을 강조하며 각종 현지지도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대부분 최고지도자의 방문, 지시, 감동적 일화, 주민들의 감사 반응으로 구성된다. 실질적인 경제 분석이나 주민 생활의 객관적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신포시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부유한 문명도시”라는 표현은 거창하지만, 그 도시의 주민들이 충분한 식량과 의료, 전기, 주거, 교육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빠져 있다. 양식사업소 하나가 지역 전체의 빈곤과 낙후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검토도 없다.

북한 당국이 정말 주민을 위한다면 선전 문구보다 생활의 실질적 변화를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김정은의 “은정”을 찬양하는 구호가 아니라 안정적인 먹거리, 자유로운 생계 활동, 인간다운 생활 조건이다.

신포의 미래는 선전이 아니라 주민의 권리에서 시작된다

신포시가 부유한 도시가 되려면 지도자 우상화가 아니라 주민 중심의 경제 개혁이 필요하다. 양식사업소가 진정한 지역 발전의 기반이 되려면 생산물의 분배와 유통이 투명해야 하고, 주민이 그 성과를 실제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방경제가 중앙의 정치 선전 도구가 아니라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조선중앙통신이 아무리 “부유한 문명도시”를 외쳐도, 주민의 권리와 자유가 없는 발전은 허상에 불과하다. 도시의 겉모습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 삶을 바꾸는 일이다.

신포의 진정한 전변은 김정은의 현지지도 장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민들이 더 이상 지도자의 선물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삶과 지역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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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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