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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평양 옥류전시관에서 중앙사진전람회 《경공업발전의 휘황한 전망을 펼쳐주시여》를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전람회가 김정은의 “불멸의 혁명업적”을 보여주는 사진문헌과 경공업 발전상을 담은 사진들로 구성됐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전람회의 화려한 제목과 달리, 북한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궁핍한 생활경제와 부족한 생필품, 불안정한 공급체계다. 사진전이 아무리 “경공업 발전”을 강조해도, 주민들의 장바구니와 시장 가격, 가정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과가 아니라 선전에 불과하다.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구호와 반복되는 현실의 괴리
북한 당국은 이번 전람회에서 김정은이 인민생활 향상을 “제일가는 중대사”로 내세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에서 ‘인민생활 향상’은 수십 년째 반복되는 구호다. 식량난, 생필품 부족, 전력난, 지방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도자의 사진이 아니라 실제 물자와 안정적인 생활조건이다.
경공업은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산업이다. 의류, 신발, 식품, 생활용품, 위생용품 등 일상생활의 기본 품목이 경공업의 핵심이다. 따라서 경공업 발전 여부는 전람회장의 사진이 아니라 주민들이 시장과 상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적정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또다시 생산 현장의 실질적 개선보다 최고지도자의 “헌신과 로고”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구성했다. 이는 경제 문제를 경제의 언어가 아니라 우상화의 언어로 덮으려는 전형적인 선전 방식이다.
사진전으로 경제성과를 대체할 수는 없다
이번 전람회 보도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구체적 수치와 실질적 성과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어떤 공장이 얼마나 생산을 늘렸는지, 주민들에게 어떤 품목이 얼마나 공급됐는지, 원자재와 전력 문제는 어떻게 해결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휘황한 전망”, “위대성”, “숭엄한 화폭”, “전면적국가부흥”과 같은 추상적 표현만 반복된다.
경제 보도라면 생산량, 품질, 공급망, 가격 안정, 소비자 만족도, 지역 간 격차 해소 같은 구체적 내용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식 보도는 실제 경제지표보다 지도자의 현지지도와 혁명업적을 앞세운다. 이는 경제 실패의 책임을 제도와 정책에서 찾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지도자 숭배로 주민들의 시선을 돌리는 구조다.
북한 당국이 정말 경공업 발전에 자신이 있다면 사진전보다 주민들의 생활현장을 공개해야 한다. 지방 상점의 공급 상황, 노동자 임금의 구매력, 어린이와 노인에게 돌아가는 생활필수품, 여성과 가정이 겪는 생활 부담 등을 투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경공업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주민이 아니라 체제다
북한의 경공업이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는 근본 원인은 주민들의 노력 부족이 아니다. 폐쇄적 경제체제, 과도한 군사비, 당 중심의 통제경제, 비효율적 배급 구조, 시장에 대한 억압이 문제의 핵심이다.
경공업은 원자재 조달, 기술 개선, 유통망 정비, 소비자 수요 반영이 필수적인 분야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생산과 유통이 정치적 지시에 종속되어 있고, 주민들의 실제 수요보다 당의 선전 목표가 우선된다. 공장이 무엇을 얼마나 만들어야 하는지도 시장의 요구가 아니라 상부 지시에 좌우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전람회를 아무리 열어도 주민 생활이 근본적으로 나아지기 어렵다. 경제는 구호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진 속 공장과 진열된 상품이 현실의 가정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활 개선이 아니라 전시용 장면일 뿐이다.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충성의 총공격전’이 아니다
개막식 연설자는 모든 일군과 당원, 근로자들이 “총공격전”에서 애국의 지혜와 열정을 바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민 생활을 개선해야 할 책임은 주민들에게 더 많은 충성과 희생을 요구하는 데 있지 않다. 책임은 국가 권력을 독점하고 경제정책을 결정해 온 당국에 있다.
북한 주민들은 이미 오랜 세월 국가의 실패를 개인의 인내와 시장 생존력으로 버텨 왔다. 그들에게 다시 “총공격전”을 요구하는 것은 생활고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일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정치구호가 아니라 정상적인 임금, 안정적인 물가, 자유로운 장사, 충분한 전기, 제대로 된 식량과 생필품 공급이다.
사진으로 덮을 수 없는 민생의 빈자리
이번 중앙사진전람회는 북한 당국이 경제 문제를 어떻게 선전 문제로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경공업 발전이라는 민생 의제마저도 결국 김정은 우상화와 당 결정 관철의 장으로 포장됐다.
하지만 사진전은 주민의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하고, 전시 구호는 낡은 공장을 현대화하지 못하며, 지도자 찬양은 빈 장바구니를 채우지 못한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인민생활 향상을 말하려면 전람회장의 조명 아래 걸린 사진이 아니라 주민들의 실제 삶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경공업의 휘황한 전망은 사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민들이 더 이상 생필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때, 국가가 선전보다 민생을 우선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