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마음껏 주장해도 좋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정권일수록 가장 먼저 꺼내 드는 말이 바로 ‘승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고지도자를 잃은 쪽에서 아무리 승리를 외쳐봐야, 그것은 냉정한 현실 판단이 아니라 자기최면이며 상처 입은 자존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주문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의 운명을 책임진 지도부가 무너지고, 권력의 상징이 흔들리고, 국민이 불안 속에 놓였는데도 정권은 확성기를 들고 “우리가 이겼다”고 외친다. 이것이야말로 전체주의 체제의 전형적인 언어다.
실패는 승리로 포장되고, 참패는 전략적 성과로 둔갑하며, 지도자의 부재는 더 큰 결속의 계기로 선전된다. 그러나 선전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폐허 위에 꽂은 승리의 깃발은 깃발일 뿐, 폐허 자체를 사라지게 하지 못한다.
이란 정권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승리 선언이 아니다. 먼저 자국민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 왜 이런 결과를 초래했는지, 누가 국민을 위험 속으로 몰아넣었는지, 왜 국가의 자원을 핵과 군사 모험에 쏟아부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독재정권은 책임을 말하지 않는다. 언제나 외부의 적을 탓하고, 내부의 희생을 숭고한 승리로 치장한다.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것은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이다.
특히 핵무기라는 위험한 장난감은 이제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한다. 핵은 약소국의 자존심 장식품도, 독재자의 협박 도구도, 체제 보장의 부적도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건 도박이다. 핵을 움켜쥔 정권은 강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고립과 더 큰 파멸을 불러들인다. 핵개발은 체제를 지켜주는 방패가 아니라 국민을 볼모로 삼는 쇠사슬이다.
이란은 이 교훈을 자신만 알고 끝낼 일이 아니다. 가까운 벗이라고 여겨온 김정은에게도 똑똑히 말해야 한다. 핵무기와 미사일로 정권의 위세를 과시하는 길은 결국 국가를 더 위험한 낭떠러지로 몰고 간다는 사실을 전해야 한다. 핵을 손에 쥐었다고 해서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국민을 굶주리게 하면서 핵무장을 자랑하는 것은 강국의 길이 아니라 폭정의 길이다.
김정은 정권 역시 이란의 현실을 남의 일처럼 볼 수 없다. 핵과 군사도발, 반미·반서방 선전, 내부 통제와 공포정치에 기대는 체제는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내부적으로는 극도로 취약하다. 권력의 정상에 있는 한 사람에게 국가 전체를 종속시키는 체제는 그 한 사람이 흔들리는 순간 모든 것이 함께 흔들린다. 그것이 독재체제의 본질적 약점이다.
그러므로 이란의 승리 주장은 마음껏 하게 두어도 된다. 승리라는 단어를 많이 반복한다고 해서 패배의 본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복은 정권이 얼마나 불안한지를 보여줄 뿐이다. 진짜 승리한 국가는 국민에게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 진짜 강한 지도자는 핵이라는 위험한 장난감 뒤에 숨지 않는다. 진짜 책임 있는 정권은 폐허 위에서 구호를 외치기보다, 폐허를 만든 자신의 오판부터 돌아본다.
이란은 이제 승리 주장보다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김정은에게도 같은 말을 전해야 한다. 핵을 내려놓으라. 위험한 장난감으로 국민을 인질 삼지 말라. 선전으로 현실을 덮을 수 있다고 믿는 순간, 그 정권은 이미 자기최면의 늪에 빠진 것에 불과하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