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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실험실습실 신설” 선전

2026-06-16 14:56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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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전 뒤에 가려진 북한 교육의 현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매체가 평양의 한 학교에 실험실습실을 새로 꾸렸다고 선전했지만, 이는 교육 정상화의 증거라기보다 체제 선전용 전시행정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매체는 16일 평양시 만경대구역 강반석고급중학교에서 정보기술학습실, 물리실험실, 생물실험실, 속독소조실 등 10여 개의 실험실습실을 보강하거나 새로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올해부터 시작된 ‘제2차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강령’ 집행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학교에는 기계, 전자, 전기, 로봇,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초기술실습실이 마련됐고, 학생들이 전공과목에 필요한 설비와 부속품을 직접 다루며 기초 원리와 동작 과정을 익히고 있다고 한다. 

또한 수력·풍력·태양광 등 자연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과 송배전 체계를 보여주는 모형, 광학·역학·소리파·전자기 종합실험기구 등이 갖춰졌다고 소개했다.

겉으로 보면 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실천 능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북한 교육 전반의 현실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평양, 그중에서도 상징성이 큰 만경대구역의 특정 학교를 내세워 ‘교육 현대화’의 성과처럼 포장하는 것은 북한 매체가 반복해온 전형적인 선전 방식이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과학기술 강국, 인재 강국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지역 간 격차, 기자재 부족, 전력난, 교원 처우 문제, 학생 동원 노동 등 구조적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일부 학교에 실험기구와 실습실을 설치했다고 해서 북한 전체 학생들이 균등한 교육 기회를 누리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번 보도는 실험실습실의 구체적 운영 여건보다 ‘꾸려놓았다’, ‘호평을 받고 있다’, ‘실력 제고에 크게 이바지되고 있다’는 식의 평가성 문구에 치중하고 있다. 학생들이 실제로 얼마나 자율적으로 탐구하고 토론하는지, 실험 기자재가 지속적으로 유지·보수되는지, 지방 학교에도 같은 수준의 시설이 보급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 성과를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보다 체제의 성과를 과시하는 표현이 앞서고 있는 셈이다.더욱이 북한 교육의 근본 문제는 실험실습실의 수량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진정한 과학기술 교육은 자유로운 질문, 비판적 사고, 실패를 허용하는 실험 환경, 다양한 정보 접근권 위에서 성장한다. 

그러나 북한 사회는 사상 통제와 충성 교육을 교육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학생들이 첨단 기술을 배운다고 해도, 그 배움이 체제 유지와 선전 논리에 종속된다면 창의적 인재 양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로봇, 인공지능, 자연에너지 교육을 강조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미래 산업과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폐쇄적 체제, 국제적 고립, 정보 통제, 자원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첨단 교육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부 모형과 실습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현대적 교육’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 당국은 학생들의 실력 제고를 말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시설 확충이 아니라 교육의 자유와 기회의 균등이다. 평양의 몇몇 학교를 전시하듯 내세우는 방식으로는 지방과 농촌, 취약계층 학생들이 겪는 교육 격차를 가릴 수 없다. 

또한 학생을 국가가 요구하는 ‘충성 인재’로 길러내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실험실습 교육 역시 독립적 사고를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체제 선전의 또 다른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말하려면 먼저 교육 현장의 현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어느 지역의 학교에 어떤 기자재가 보급됐는지, 학생 1인당 교육 여건은 어느 수준인지, 교사들은 충분한 교육과 보상을 받고 있는지, 학생들이 정치 동원과 노동 동원에서 자유로운지부터 답해야 한다. 실험실습실 신설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학생들이 과학과 기술을 배우고 직접 실험할 기회를 갖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부 학교에 국한된 전시성 성과라면, 북한 당국의 선전과 실제 교육 현실 사이의 간극은 더욱 커질 뿐이다. 결국 이번 보도는 북한 교육이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기보다, 체제가 보여주고 싶은 장면만 선택적으로 드러낸 선전물에 가깝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라면 필요한 것은 화려한 실습실 사진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인간다운 환경에서 자유롭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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