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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는 1일 “당일군이라면 마땅히 웅변가, 문필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당 간부의 말하기 능력과 글쓰기 능력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그 핵심은 주민을 깨우치고 설득하는 민주적 소통이 아니라 당의 사상과 정책을 일방적으로 주입하기 위한 선전 역량 강화에 있다.
신보는 이날 기사에서 북한 당일군에게 높은 정치의식, 책임의식, 지도력, 실천력뿐 아니라 “능란한 언변술과 필력”이 필수 자질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당일군의 본업이 “대중을 교양하고 당의 사상과 정책관철에로 불러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 체제가 간부에게 요구하는 능력이 행정 전문성이나 주민 생활 개선 능력보다, 당의 명령을 주민에게 주입하고 동원하는 선전 능력에 더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주장은 김정은이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 창립 80돌을 계기로 당 간부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흐름과 맞물려 있다.
북한은 중앙간부학교를 당 핵심 간부 양성 기관으로 내세우며, 간부들이 김정은의 통치 노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사상 교육을 강화해 왔다. 김정은이 이 학교를 찾아 당 간부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문제는 북한이 말하는 ‘웅변’과 ‘문필’이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적 사고를 위한 능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유사회에서 말과 글은 권력을 감시하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며,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북한식 웅변과 문필은 정반대다. 그것은 주민의 불만을 듣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주민의 생각을 당의 언어로 바꾸기 위한 도구다.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글이 아니라 지도자의 노선을 반복하는 글이며, 현실을 진단하는 말이 아니라 충성을 강요하는 말이다.
북한은 이를 “대중을 깨우치는 것”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대중을 당 정책 관철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 주민은 정책 결정의 주체가 아니라 동원의 대상이고, 당일군은 주민의 고통을 전달하는 공복이 아니라 당의 지시를 관철하는 전달자다.
결국 북한이 강조하는 당일군의 언변술과 필력은 주민과 권력 사이의 소통 능력이 아니라, 권력의 명령을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하는 능력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한이 이러한 선전 능력을 “전문가적 높이”에서 갖추라고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간부 교육을 넘어, 체제 선전의 전문화와 고도화를 의미한다.
경제난, 식량난, 국제적 고립, 인권 탄압 등 북한 주민이 겪는 현실적 고통은 외면한 채, 간부들에게 더 세련된 말과 글로 주민을 설득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현실을 바꾸는 대신 현실을 해석하는 언어를 통제하려는 전형적인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진정한 정치 지도력은 주민을 향한 웅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고통을 듣는 데서 시작된다. 진정한 문필은 지도자의 지시를 미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잘못된 권력을 비판하는 데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그런 말과 글은 허용되지 않는다. 오직 최고지도자와 당을 찬양하는 언어만 살아남고, 주민의 고통을 말하는 언어는 탄압받는다.
북한이 당일군에게 “웅변가, 문필가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체제가 그만큼 주민 설득과 사상 장악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무리 말이 화려하고 글이 세련되어도 주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선전이다.
북한에 필요한 것은 당 정책을 포장할 웅변가와 문필가가 아니라, 주민의 자유와 생존권을 보장할 책임 있는 지도자와 제도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