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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로로 잡혔다가 사망한 우크라이나 군인을 추모하는 가족 모습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항복하거나 전투 능력을 상실한 우크라이나군 포로 수백 명을 처형했다는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2022년 2월 전면 침공 이후 군인 900명 이상이 살해된 340여 건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검찰도 군인 306명이 희생된 116건을 수사 중이다. 이 수치는 아직 우크라이나 당국의 주장과 수사 대상까지 포함한 것이므로 철저한 국제적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유엔이 독립적으로 확인한 피해만도 이미 129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포로와 전투 불능자 129명을 처형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손을 머리 뒤로 올린 채 땅에 엎드려 있던 포로들을 러시아군 병사가 총격하는 영상까지 유엔이 분석했다.
귀환한 우크라이나 포로 129명 가운데 단 5명을 제외한 전원이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구체적으로 증언했으며, 유엔은 러시아 억류 시설에서 고문과 학대가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사용돼 왔다는 기존 판단과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전쟁에도 법이 있고 넘지 말아야 할 최후의 선이 있다.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한 군인은 더 이상 공격 대상이 아니다. 제네바 제3협약은 전쟁포로에 대한 고의적 살해와 고문, 비인도적 대우를 중대한 협약 위반으로 규정한다. 로마 규정 역시 보호 대상인 포로의 고의적 살해를 전쟁범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포로 처형은 단순한 전투 중 과잉 행위가 아니다. 인류의 양심을 짓밟는 야만이며 국제법상 가장 엄중하게 다뤄야 할 전쟁범죄다.
특히 여러 전선과 서로 다른 지휘 계통에서 유사한 처형이 반복됐다는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를 일부 병사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누가 명령했고, 누가 묵인했으며, 누가 범죄를 알고도 방지하거나 처벌하지 않았는지를 밝혀야 한다.
현장 사수에서 중대·연대 지휘관, 군 수뇌부와 정치권력의 정점에 이르기까지 명령과 보고의 사슬을 추적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그러한 범죄를 지시했거나, 보고받고도 방치했거나, 조직적 범행을 가능하게 한 정책에 책임이 있다는 증거가 확인된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더 이상 선언과 우려 표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ICC는 2022년 3월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고, 2023년에는 우크라이나 아동 불법 이송 혐의로 푸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제 포로 처형 의혹을 최우선 수사 대상으로 삼아 현장 실행범은 물론 명령자와 지휘 책임자까지 특정해야 한다. 영상과 통신 감청, 부대일지, 지휘명령서, 생존자 증언과 유해 감식자료가 사라지기 전에 증거를 확보하고, 혐의가 소명되는 즉시 추가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긴급회의를 열고 포로 처형에 대한 독립조사, 증거 보존, 국제수사 협조와 책임자 제재를 요구하는 강력한 결의안을 상정해야 한다.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으로 결의를 봉쇄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행동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자국 군대의 전쟁범죄 조사를 스스로 거부권으로 막는 모습을 세계 앞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안보리가 마비된다면 유엔총회 긴급특별회의와 ‘평화를 위한 단결’ 절차를 통해 국제적 규탄과 공동조치를 이어가야 한다.
항복한 포로를 무릎 꿇리고 총살한 자, 이를 명령한 자, 알고도 묵인한 자에게는 반드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 푸틴을 포함해 누구도 권력과 국경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오늘 국제형사재판소와 유엔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정의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