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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연구한 미국계 지진학자, 중국서 600일 넘게 구금

2026-07-20 10:22 | 입력 : 안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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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된 지진 자료 분석했지만 ‘간첩 혐의’ 적용
- 미 국무부 “중국 당국에 즉각적인 석방 촉구”

독자 제공
독자 제공

북한의 지하 핵실험을 연구해온 미국 국적의 중국계 지진학자가 중국 당국에 체포돼 600일 넘게 구금된 사실이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그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했지만, 미국 정치권과 인권단체들은 공개 자료를 활용한 학문적 연구를 문제 삼은 자의적 구금이라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적의 중국계 지진학자 천유린은 2024년 11월 5일부터 중국 당국에 구금돼 있다. 해외에 억류된 미국 시민의 석방을 지원하는 미국 비영리단체들은 천유린의 구금 기간이 이미 600일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7월 14일 VOA에 보낸 답변을 통해 중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천유린 사건을 직접 제기했다며 “다시 한번 천 박사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천유린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거주해온 지진학자다. 그는 중국 연구자들과 함께 북한의 지하 핵실험에서 발생하는 지진파 신호를 탐지하고 분석하는 공개 연구에 참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천유린을 지원하는 단체들은 해당 연구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공개적인 학술 프로젝트였으며, 연구 결과와 참여 연구자들의 이름도 학술 자료를 통해 공개됐다고 강조했다.

귀국 직전 베이징 공항에서 체포

관련 단체들의 설명에 따르면 천유린은 2024년 10월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같은 해 11월 5일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베이징 수도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베이징시 국가안전국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중국 당국은 이후 장기간 천유린을 조사한 뒤 2025년 5월 그가 간첩 활동에 관여했다며 공식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리치의 최고 조사관이자 미국 연방수사국 전 부국장인 키에란 램지는 천유린이 구금된 뒤 상당 기간 변호인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반복적인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램지는 천유린의 전문 분야 가운데 하나가 지진 데이터를 이용해 핵실험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하 핵실험이 이뤄지면 폭발 과정에서 인공지진과 유사한 지진파가 발생하는데, 지진학자들은 이를 분석해 폭발 위치와 규모, 실험 방식 등을 추정한다.

특히 천유린은 중국 측이 공개한 지진 자료를 활용해 북한 핵실험의 특성과 탐지 가능성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연구 결과 역시 공개적으로 발표됐으며,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는 것이 지원단체 측의 설명이다.

램지는 “이는 방첩이나 간첩 활동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주의가 훼손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마키 상원의원 “공개적이고 투명한 학술 활동”

매사추세츠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에드워드 마키 연방 상원의원도 천유린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마키 의원은 7월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천유린이 2024년 11월부터 중국 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구금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유린을 중국 연구자들과 오랫동안 협력해온 뛰어난 지진학자로 평가하면서, 그의 연구 활동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학문 영역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마키 의원은 천유린의 연구 성과가 공개적으로 발표됐고 연구자의 이름 역시 분명하게 표시돼 있다며, 중국 정부의 조치가 미중 양국 연구자들의 협력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개된 학술 연구가 국가안보와 간첩 혐의로 연결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외국 연구자들이 중국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유린 사건은 단순히 개인 한 사람의 구금 문제를 넘어 중국과 서방 국가 사이의 학술 교류와 과학기술 협력 전반에 심각한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국무장관, ‘부당 구금’ 대상자로 지정

미국 정부는 2026년 3월 천유린을 중국에서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으로 공식 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지정은 미국 정부가 천유린에게 적용된 혐의에 신뢰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그의 석방 문제를 외교적 우선 과제로 다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억류자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이 지정에 따라 미국 정부가 천유린의 석방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구금 기간 동안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원단체들은 현재 천유린이 중국에 구금된 미국 시민 가운데 미 국무장관에 의해 공식적으로 부당 구금 대상자로 지정된 주요 사례라고 밝혔다.

천유린의 가족과 지원단체들은 그동안 사건 해결을 위해 조용한 외교적 접근을 유지했지만, 중국 측에서 별다른 진전이 나타나지 않자 사건을 공개적으로 알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시진핑에게 직접 문제 제기”

지원단체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 방문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천유린 사건을 직접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램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5월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났을 당시 천유린의 구금 문제를 제기했다. 시 주석은 사건을 확인해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지만, 이후 천유린의 가족이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는 것이다.

지원단체들은 중국 정부가 천유린을 외교적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천유린 사건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향후 미중 정상 간 회담이나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 과정에서 주요 외교 현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과학기술과 학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공개적인 연구 활동을 수행한 미국 학자를 간첩 혐의로 장기 구금한다면, 협력 확대를 주장하는 중국 측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인 대상 여행 경고 잇따라

천유린 사건은 최근 중국에서 미국 국적자가 간첩 혐의로 구금된 또 다른 사례가 알려진 가운데 공개됐다.

앞서 미국 국적의 미얀마 전문가 민진도 중국 당국에 의해 간첩 활동 혐의로 형사 구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최근 두 달 사이 미국 시민이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사건이 잇따라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주중 미국대사관과 영사관도 최근 미국 시민들에게 중국 여행과 체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반복적으로 경고했다.

주요 경고 내용에는 자의적인 법 집행과 구금, 출국 제한, 중국계 미국인과 이중국적자에 대한 불투명한 국적 적용, 미국 정부기관과 관련된 경력을 가진 사람에 대한 조사 가능성, 광범위한 감시와 사이버 개인정보 침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에 가족이나 사업상 연고를 둔 중국계 미국인들은 출국 제한이나 국가안보 관련 조사를 받을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학술 연구마저 간첩 혐의로 연결되나

천유린 사건은 중국의 국가안보 관련 법률이 학술·연구 활동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다시 키우고 있다.

북한 핵실험 탐지는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과 동북아시아 안보를 위해 필요한 과학적 연구다. 지진 관측 자료와 공개된 핵실험 정보를 분석하는 것은 세계 각국의 대학과 연구기관, 국제기구가 수행해온 일반적인 학술 활동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이 공개된 자료를 분석한 학자를 간첩 혐의로 장기간 구금했다면, 연구 내용보다 연구자가 가진 미국 국적과 미국 정부의 연구 지원 경력이 문제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학자뿐 아니라 중국 연구자들에게도 상당한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하거나 민감한 국제안보 사안을 연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안보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유린의 석방을 요구하는 측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외교적 갈등이 아니라 학문의 자유와 법치주의, 외국인의 신변 안전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증거를 공개하지 않은 채 간첩 혐의만을 내세워 천유린을 계속 구금한다면 국제사회의 비판과 미중 간 외교적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두·희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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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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