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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당국이 석탄공업의 기술적·문화적 갱신과 탄광마을 현대화를 새로운 국가적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과 설비 조달 방안, 탄부들의 안전과 처우 개선 대책은 밝히지 않은 채 당 결정 관철과 석탄 증산만을 강조하고 있어,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희생과 노력 동원을 강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선신보는 21일 조선노동당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석탄공업을 활성화하고 전국의 탄광마을을 현대적으로 개조하기 위한 결정서가 채택됐다며, 내각과 관련 부문 기술진이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석탄공업을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중추 분야로 규정하고, 증가하는 석탄 수요를 충족해야 금속·화학·전력 등 주요 산업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성청년탄광과 연풍탄광을 갱내 작업의 기계화와 정보화가 실현된 표준탄광으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보도 역시 북한이 과거부터 반복해 온 ‘현대화’, ‘기계화’, ‘정보화’라는 선언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어떤 설비를 도입하고, 필요한 전력과 부품을 어떻게 확보하며,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을 어디에서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탄광마을의 주택과 생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마찬가지다. 북한 당국은 이를 농촌살림집 건설에 못지않은 대규모 사업이라고 선전했지만, 정작 탄부들의 임금과 식량 배급, 의료지원, 작업복과 안전장비 공급 등 기본적인 노동환경 개선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탄광은 오랫동안 낡은 채굴 설비와 부족한 전력, 취약한 갱도 관리로 인해 생산성이 낮고 사고 위험이 큰 분야로 지적돼 왔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생산 목표만 높일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장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 매체가 탄광 현대화를 ‘당 전원회의 결정 관철’의 문제로 규정한 것은 경제사업을 기술과 경영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적 충성심의 시험대로 만들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생산 실적이 부족할 경우 설비와 자재 부족의 책임을 제도나 정책이 아니라 현장 간부와 노동자들의 사상과 태도에서 찾을 가능성도 크다.
석탄 증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정책 자체도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 효율 향상과 산업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여전히 석탄 생산 확대를 국가 경제 회복의 핵심 수단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북한 경제가 낡은 중공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탄광마을 현대화가 주민 복지보다 증산 독려를 위한 선전사업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시범 탄광과 주택을 화려하게 꾸민 뒤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더라도, 전국의 수많은 탄광 노동자들이 겪는 식량난과 주거난, 산업재해 위험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변화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석탄공업의 갱신을 원한다면 정치적 구호부터 앞세울 것이 아니라 탄부들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 갱도 안전진단, 환기·배수시설 개선, 보호장비 지급, 재해보상제도 마련,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정상화 같은 구체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탄광 노동자를 국가경제를 위한 ‘증산의 도구’로 취급하면서 현대화와 문명화를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람을 희생시키는 생산 확대는 발전이 아니다.
북한 당국이 발표한 이번 석탄공업 갱신 계획이 또 하나의 전시성 사업과 노동력 착취로 끝날지, 아니면 실제 탄부들의 삶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는 결국 정치적 선전이 아닌 현장의 변화가 증명하게 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