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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후 첫 중앙정보 컨트롤타워 출범

2026-07-31 23:20 | 입력 : 안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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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각정보조사실을 ‘국가정보국’으로 격상.. 730명 규모로 부처별 정보 통합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정부의 정보 수집과 분석을 중앙에서 총괄하는 국가정보체계를 출범시켰다.

일본 정부는 분산돼 있던 각 부처의 정보를 통합해 외교·안보 정책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은 일본의 ‘재군사화’를 보여주는 새로운 움직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정부는 7월 31일 기존 내각정보조사실을 확대·개편한 국가정보국(NIB·National Intelligence Bureau)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국가정보회의(NIC·National Intelligence Council)도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국가정보회의설치법을 제정한 데 이어 7월 24일 각의에서 법 시행일과 초대 국가정보국장 임명을 확정했다.

국가정보국은 약 730명 규모로 출범했다. 초대 국장에는 경찰청 경비국장 등을 지낸 하라 가즈야 전 내각정보관이 임명됐다. 하라 국장은 2023년 6월부터 내각정보조사실을 이끌어온 정보·치안 분야 관료다.

국가정보회의에는 총리를 비롯해 관방장관과 관계 각료들이 참여한다. 회의는 정부 정보업무의 기본 방향을 결정하고 각 기관에 필요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요구하는 최상위 정보정책기구 역할을 맡는다. 국가정보국은 그 사무국으로서 외무성·방위성·경찰청·법무성 등 각 부처가 수집한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해 총리와 정책 결정자들에게 제공한다.

일본의 기존 정보체계는 내각정보조사실을 비롯해 외무성 국제정보통괄관조직, 방위성 정보본부, 경찰청 경비국, 공안조사청 등으로 분산돼 있었다. 부처별 전문성은 갖추고 있었지만 조직 간 칸막이로 인해 정보 공유와 종합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새 체제에서는 각 부처와 기관이 국가정보국에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해야 할 책임이 한층 분명해진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기존처럼 각 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만 상부에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정보회의가 정책적 필요에 따라 각 기관에 구체적인 정보 수집과 분석을 요구하는 체제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는 국가정보국을 국가안보국과 함께 외교·안보 정책을 뒷받침하는 양대 중추조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다만 국가정보국이 미국 중앙정보국이나 영국 해외정보국처럼 독자적으로 해외 공작을 수행하는 대외정보기관으로 곧바로 출범한 것은 아니다. 현 단계의 핵심 임무는 각 부처의 정보 수집을 조정하고 자료를 통합·분석하는 데 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국가정보국에 새로운 수사권이나 강제적인 정보 수집 권한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정보회의의 회의록을 공문서로 작성해 적절한 기간 보관하고,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불필요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올해 안에 정보업무의 중장기 목표와 기관별 역할을 담은 첫 번째 ‘국가정보전략’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외교·군사·경제·과학기술·사이버·인지전 등 여러 분야의 정보를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할 것인지에 관한 기본 지침이 될 전망이다.

이번 개편의 배경에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군사 활동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 기술 유출, 산업기밀 탈취, 허위정보 유포와 외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한 일본 정부의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이 오랫동안 대외 첩보와 방첩 분야에서 취약해 이른바 ‘스파이의 천국’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점도 개혁 추진의 명분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부에서는 정보기관의 권한이 확대될 경우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전 일본에서 특별고등경찰과 헌병대가 반체제 인사와 언론인, 종교인 등을 감시하고 탄압했던 역사적 경험 때문에 정보기관의 중앙집권화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히 존재한다.

중국은 일본의 국가정보국 출범을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으로 규정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를 일본의 국내외 안보정책에서 나타난 “새로운 부정적 움직임”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본이 외부 위협을 구실로 재군사화를 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한발 더 나아가 국가정보국의 출범일인 7월 31일을 일본군 731부대와 연결했다. 이 매체는 국가정보국을 전전의 특별고등경찰인 ‘특고과’에 빗대며 출범일 선정 자체가 전후 국제질서에 대한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보체계의 중앙집권화가 일본의 장거리 타격 능력과 방첩법 제정, 군비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국가정보국의 출범일을 731부대와 연결해 결정했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정보국의 출범일은 관련 법률의 시행 절차와 정부 조직개편 일정에 따라 정해졌다. 따라서 날짜의 숫자만을 근거로 일본 정보기관 개편을 731부대나 특고경찰의 부활로 단정하는 것은 중국 관영매체의 정치적 해석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개혁의 성패는 정보기관의 규모나 명칭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이 북한·중국·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사이버·인지전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동시에 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와 국민 감시에 동원되지 않도록 국회와 사법부의 감독, 개인정보 보호,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일본 국가정보국의 출범은 동북아시아 안보 질서가 전통적인 군사력 경쟁을 넘어 정보전과 첩보전, 사이버전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거센 반발 속에서 출발한 일본의 새로운 정보체계가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한 안보 역량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국내외의 우려처럼 과도한 권력 집중으로 흐를지는 향후 국가정보전략과 실제 운영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안·희·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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