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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사기단지, 중국계 초국가 범죄조직이 주도

2026-08-10 12:35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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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가안보 위협으로 대응”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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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와 의회가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국제 온라인 사기 범죄를 더 이상 단순한 금융범죄가 아닌 국가안보 차원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등에 형성된 대규모 사기단지 상당수가 중국 출신 인사나 화교계 범죄조직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마이클 드손브레는 8월 6일 상원 외교관계위원회가 개최한 국제 사기범죄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에서 기원한 초국가 범죄조직이 현재의 사기 경제를 성장시킨 주요 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얀마와 캄보디아, 라오스가 세계적인 사기조직의 핵심 거점으로 남아 있지만 관련 범죄가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서반구로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늘날의 사기범죄는 더 이상 몇 명의 범죄자가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해 피해자를 속이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드손브레 차관보는 사기산업이 자체적인 기반시설과 노동력, 금융망, 공급망을 갖춘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했다며 “대부분의 사기 활동이 중국 국적자 또는 중국계 인사들에 의해 주도·관리되고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한다”고 말했다.

사기·인신매매·마약이 결합된 ‘범죄 산업’

동남아 사기단지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온라인 금융사기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파악한 범죄조직들은 사이버 사기와 인신매매, 자금세탁, 마약 거래 등 여러 범죄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서로 연결된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조직 내부에는 역할 분담도 존재한다. 지도부는 현지의 부패한 정부 관리나 유력 인사들과 관계를 구축하고, 중간 관리층은 사기단지의 운영과 노동력 통제를 담당한다. 하부 조직원들은 전화와 문자메시지, 이메일, SNS와 온라인 투자 플랫폼 등을 이용해 세계 각국의 피해자를 직접 속인다.

여기에 변호사와 회계사, 금융기관 관계자, 암호화폐 환전업자 등 외부 협력자들이 가세하면서 거대한 지하 경제 생태계를 형성한다.

특히 사기단지에서 실제 사기를 수행하는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취업 알선 등에 속아 동남아로 이동했다가 여권을 빼앗기고 감금된 인신매매 피해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수익과 강제노동이 결합된 구조인 셈이다.

중국계 조직이 장악한 동남아 사기거점

드손브레 차관보는 청문회에서 캄보디아와 미얀마, 라오스 등지의 주요 초국가 범죄조직 상당수가 중국 국적자나 화교계 인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조직들이 중국 영토 밖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중국 정부 역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 피해가 발생하는 사기범죄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외국인이 피해자가 되는 사건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이른바 ‘선택적 법 집행’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공화당 피트 리킷츠 상원의원은 중국 당국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범죄에는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 단속하면서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범죄조직에는 같은 수준의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리킷츠 의원은 이 같은 구조가 결과적으로 국제 범죄조직들로 하여금 중국인이 아닌 미국인과 다른 외국인을 새로운 공격 대상으로 선택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노인 노린 국제 사기…피해액 수억 달러

미국 정부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고령층을 겨냥한 국제 금융사기다. FBI 국장 캐시 파텔은 최근 미국 법무부 기자회견에서 국제 범죄조직들이 마약 밀수뿐 아니라 대규모 사기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미국 고령자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화와 이메일, 문자메시지, 피싱 사이트 등을 이용해 금융기관이나 법집행기관 관계자를 사칭하고 피해자에게 현금이나 금, 암호화폐를 송금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다.

일부 조직들은 가짜 투자상품이나 휴양 프로그램, 노후생활 상품을 내세워 은퇴자들의 평생 자산을 빼앗기도 한다. 파텔 국장은 이러한 방식으로 미국 노인들에게서 가로챈 돈이 수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제니 샤힌 의원은 미국인이 해외 사기조직으로 인해 입는 손실이 연간 120억 달러를 넘고 전 세계 피해액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적자 연루 사건 잇따라

미국 사법당국이 최근 공개한 개별 사건에서도 중국 국적자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중국 국적자 차오자안은 은행과 미국 연방 법집행기관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금을 구입하도록 한 뒤 이를 넘겨받으려 한 혐의 등으로 플로리다 연방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중국 국적자 3명도 전화와 이메일, 인터넷 팝업창 등을 이용해 피해자들의 금융정보가 유출된 것처럼 속인 뒤 은행수표나 현금을 특정 우체국 사서함으로 보내도록 한 혐의로 체포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 대부분은 고령층이었다.

이 같은 사건들은 미국 내에서 발생했지만 배후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조직화된 사기 네트워크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미국 사법당국의 판단이다.

FBI “150억 달러 이상 자산 추적·동결 협조”

FBI는 해외 사기조직을 겨냥한 국제 공조수사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파텔 국장은 FBI가 지금까지 국제 사기조직과 관련해 30건이 넘는 사건을 기소했으며 15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추적하거나 동결하는 데 협조했다고 밝혔다.

수백 명의 범죄 용의자 체포에도 관여했으며, 국제 공조작전을 통해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다수의 인신매매 피해자가 구조됐다고 설명했다.

미 법무부도 2025년 11월 ‘사기 대응 센터 타격팀’을 출범시키고 연방검찰과 법무부 형사부, FBI, 비밀경호국 등의 역량을 결집해 동남아에서 발생하는 암호화폐 사기와 자금세탁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는 이 같은 대응 역시 전체 범죄 규모에 비하면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시 전체가 사기산업에 동원”

상원 외교관계위원장 짐 리시 의원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일부 지역에서는 “도시 전체가 사기 행위에 동원되는 수준”의 범죄 산업이 형성됐다고 경고했다.

사기단지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은 다시 돈세탁과 마약 거래, 인신매매, 무기 밀수 등 다른 범죄의 자금줄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온라인 사기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금융 피해로만 접근해서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는 미국에 있지만 범죄 조직은 동남아시아에 있고, 조직 운영자는 중국계 인사이며, 돈세탁은 암호화폐와 국제 금융망을 통해 제3국에서 이뤄지는 초국가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단순 사이버범죄 아닌 국가안보 문제로

미국 의회가 주목하는 핵심도 바로 이 대목이다. 사기단지는 불법 금융과 부패한 현지 권력,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암호화폐, 국제 범죄조직이 서로 얽힌 복합적인 범죄 생태계다. 이를 방치하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넘어 국제 범죄조직의 자금력과 영향력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법집행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 양당 의원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국제 경찰·사법 공조는 물론 범죄조직과 연계된 인물 및 기업에 대한 제재, 금융망 차단, 암호화폐 추적, 현지 정부에 대한 외교적 압박, 인신매매 피해자 구조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원에서는 샤힌 의원과 공화당 존 코니언 의원이 공동 발의한 ‘사기 단지 책임 및 동원법(SCAM Act)’이 이미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며, 하원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동남아시아 사기단지는 이제 몇몇 범죄자의 ‘보이스피싱 조직’이라는 수준을 넘어섰다. 중국계 초국가 범죄조직이 동남아의 취약한 통치 구조와 부패, 값싼 노동력과 암호화폐 금융망을 이용해 구축한 거대한 범죄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와 의회의 판단이다.

사기 피해액이 매년 수십억 달러씩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이 이를 국가안보 문제로 격상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앞으로 국제사회의 대응 역시 개별 사기범 검거에서 벗어나 사기단지를 운영하는 조직의 지도부와 자금줄, 부패한 보호세력까지 동시에 겨냥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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