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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백두산관광문화지구, 온포근로자휴양소 등을 김정은의 ‘인민복리 증진을 위한 영도 성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그러나 화려한 관광시설과 휴양소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주민들의 실제 생활이 향상됐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조선신보는 9일 ‘인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령도의 자욱’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삼지연 일대 관광개발, 온포근로자휴양소 건설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기사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관광산업이나 주민복지가 아니라 김정은의 ‘현명한 영도’를 부각하는 데 맞춰져 있다.
매체는 2024년 7월 김정은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천막회의를 열어 관광자원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고 강조하고, 삼지연에서는 백두산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조성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온포근로자휴양소 역시 김정은의 현지지도와 지시에 따라 건설됐다는 점을 반복해서 부각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보도가 ‘누가 지시했는가’에는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면서도 정작 ‘누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관광시설 몇 곳이 곧 ‘인민복리’인가
주민 복지를 평가하려면 관광시설의 외형보다 주민들의 실제 이용 가능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
원산갈마와 삼지연 같은 대규모 관광지에 평범한 지방 주민이나 노동자가 얼마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지, 숙박료와 교통비는 어느 수준인지, 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되는지, 지역별·계층별 이용자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등의 정보가 제시돼야 한다.
그러나 조선신보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대신 ‘사회주의문명개화의 새 경관’, ‘세계적인 명산’, ‘문화적 진보의 거점’이라는 수식어와 김정은의 현지지도 장면이 반복될 뿐이다.
결국 건물과 시설의 존재 자체를 주민복지의 증거로 제시하는 전형적인 북한식 성과 선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복지는 지도자의 현지지도 횟수나 건축물의 규모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먹고, 치료받고, 거주하며, 이동하고, 휴식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보편적으로 보장되는지가 핵심이다.
‘근로자휴양소’라면 이용 실태부터 공개해야
온포근로자휴양소에 대해서도 북한 매체는 “날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많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직장과 지역의 근로자가 이용하는지, 이용 대상자는 어떤 절차로 선정되는지, 일반 노동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 이용료는 얼마인지, 연간 이용 인원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
진정한 ‘근로자휴양소’라면 모범노동자나 특정 기관 소속 주민들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포상성 시설이 아니라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폭넓게 개방돼 있어야 한다.
북한 당국이 이를 ‘인민적 시책’이라고 주장하려면 화려한 선전사진보다 이용자 구성과 비용, 접근성부터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다.
관광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 일상
관광산업 자체를 발전시키는 것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자연환경을 활용해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주민들의 휴식 공간을 확대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든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국가가 주민복리를 내세우려면 투자와 정책의 우선순위 역시 검증받아야 한다. 대규모 관광지와 휴양시설을 건설하면서 얼마나 많은 재정과 자재, 노동력이 투입됐는지, 그 과정에서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식량·주택·의료·교육·상하수도·교통 등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역시 함께 설명돼야 한다.
북한 매체는 이런 비용과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건설 과정의 재원과 경제적 효과, 운영수익, 유지관리 비용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관광시설 건설이 주민 전체의 생활 향상을 위한 것인지, 체제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전시성 사업인지 판단할 객관적인 근거 자체가 부족하다.
모든 성과가 한 사람의 ‘은덕’이 되는 구조
이번 보도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관광과 휴양시설이라는 비교적 일상적인 행정사업까지 모두 최고지도자의 업적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원산의 관광개발 방향도, 백두산 관광지 조성도, 온포휴양소 운영도 결국 김정은이 현장을 찾아 지시하고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식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관광개발은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 기업, 전문가들이 정책과 예산을 놓고 계획하고 책임지는 행정 영역이다.
그러나 북한의 선전에서는 이런 제도와 조직보다 지도자의 ‘현명한 영도’가 모든 정책의 출발점이자 결론으로 제시된다. 이는 주민복지를 설명하는 기사라기보다 복지시설을 소재로 한 지도자 우상화에 가깝다.
‘인민을 위한 시설’이라면 인민의 목소리부터 보여줘야
북한은 오래전부터 새로운 거리와 주택, 놀이시설, 스키장, 관광지, 휴양소가 등장할 때마다 이를 ‘인민사랑’의 결과라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진정한 복지는 몇 개의 상징적인 시설로 완성되지 않는다.
더구나 일반 주민들이 그 시설을 실제로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면 ‘인민복리’라는 주장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원산갈마의 해변과 백두산의 관광시설, 온포의 현대적인 휴양소가 정말 북한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면 북한 당국은 지도자의 현지지도 사진을 반복해서 내놓을 것이 아니라 평범한 주민들의 이용률과 비용, 접근 조건, 재원과 운영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인민의 복리는 건물의 외관이 아니라 인민의 일상에서 증명된다. 화려한 관광지 몇 곳을 세워놓고 이를 최고지도자의 ‘사랑’과 ‘은덕’으로 포장하는 것만으로는 주민들의 삶이 나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인민의 복리증진’을 주장하려 한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선전 문구가 아니라 평범한 주민들이 실제로 누리는 삶의 변화에 대한 증거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