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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평양의 상업봉사망에 지방공업공장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를 노동당의 ‘지방발전정책이 펼쳐놓은 새로운 현실’이라고 선전하고 나섰다.
평양지하상점에 지방 농토산물과 특산물을 판매하는 도별 매대가 마련되고 지방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수도의 상점에 진열되는 모습을 지방경제 발전의 대표적 성과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평양의 몇몇 상점에 지방제품이 진열됐다는 사실만으로 지방경제가 살아났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지방발전의 실질적 성패는 제품이 수도의 전시성 매대에 얼마나 많이 올라왔느냐가 아니라 지방 주민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충분한 소득을 올리며 필요한 상품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신보는 “수도가 지방을 부러워하게 하겠다”는 노동당의 구상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수도와 지방 가운데 어느 쪽을 ‘부러워하게’ 만드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주민들이 어느 지역에 살든 기본적인 식량과 생필품, 의료·교육·주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경제의 생산성과 유통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먼저다.
특히 지방공업공장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원료와 전력, 설비와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고 제품을 한때 생산하는 것과 공장을 수년간 정상적으로 가동해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제품의 품질과 가격 역시 중요하다. 주민들의 선택을 받는 상품이라면 국가매체가 그 우수성을 반복적으로 선전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행정적인 공급과 동원, 정책적 전시를 통해 만들어진 매대라면 그것은 시장의 평가라기보다 정치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전시장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식 ‘지방발전’이 여전히 중앙의 지시와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철저하게 종속돼 있다는 점이다. 지방경제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지역별 산업과 자원을 바탕으로 기업과 생산자들이 스스로 투자와 생산을 결정하고, 성과에 따른 이익을 다시 지역에 재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모든 성과를 노동당의 ‘은덕’과 ‘영도’로 설명하는 체제에서는 지방경제 역시 독립적인 경제주체라기보다 중앙정책을 집행하는 단위에 머물기 쉽다.
무엇보다 지방발전의 가장 확실한 지표는 평양 상점의 진열대가 아니라 지방 주민들의 식탁과 생활수준이다. 지방 주민들의 소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식량과 생필품 공급이 얼마나 안정됐는지, 지역 간 생활격차가 실제로 줄어들고 있는지가 제시돼야 한다.
평양에 지방제품 매대를 늘려놓고 이를 “사회주의의 참모습”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진열된 상품 몇 개가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가릴 수는 없다.
북한이 진정 지방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선전용 매대부터 늘릴 것이 아니라 생산의 자율성,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 자유로운 유통과 거래, 주민소득 확대라는 경제의 기본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지방발전은 지도자의 구호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이 나아졌을 때 비로소 증명되는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