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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다수확을 안아오는 농업과학원의 탐구열정

2026-08-12 22:22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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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당의 구상과 의도를 받드는 사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노동신문은 농업과학원의 연구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불리한 자연기후조건에서도 다수확을 낼 수 있는 전망이 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 농업보도의 고질적인 문제는 이번에도 반복됐다.

화려한 과학기술 용어와 ‘우량품종’, ‘다수확’이라는 표현은 넘쳐나지만 정작 농민의 생산성과 식량 사정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신문은 12일 ‘다수확을 안아오는 농업과학원의 탐구열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농업과학원 과학자들이 노동당의 농업발전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첨단 육종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벼연구소와 농업생물학연구소 등이 분자표식자 도움선발기술, 생물공학기술, 속도육종방법 등을 이용해 경제적 실리가 높은 우량품종 육종 방법을 확립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침수에 강하고 병해 저항성이 높으며 생육기간이 짧은 벼와 감자 품종이 개발돼 자연재해에도 높은 수확을 올릴 수 있는 전망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려는 연구 자체는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북한에서 농업과학조차 언제나 ‘노동당의 구상과 의도를 받드는 사업’으로 규정된다는 데 있다.

과학의 출발점은 정치적 충성이 아니라 객관적인 관찰과 검증이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매체의 설명에서 연구자는 독립적인 과학자가 아니라 노동당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존재로 묘사된다. 연구 결과 역시 검증의 대상이라기보다 처음부터 당 정책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성과’로 제시된다.

더욱이 기사에는 새로운 품종이 기존 품종보다 실제 수확량을 얼마나 증가시켰는지, 어느 지역에서 얼마 동안 시험재배를 했는지, 농민들의 생산 현장에 어느 정도 보급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

‘정보당 높은 소출’, ‘경제적 실리가 큰 우량품종’, ‘다수확을 낼 수 있는 전망’과 같은 표현만 반복될 뿐이다. 과학적 성과를 주장하려면 품종별 평균 수확량과 기존 품종과의 비교, 재배면적, 병충해 저항성 시험 결과, 농가 보급률 같은 자료부터 공개해야 한다.

특히 북한 농업의 문제를 품종과 기술만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본질을 피해가는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종자를 개발해도 비료와 농약, 농기계와 연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농민들이 생산성과 노동의 결과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과 보상을 갖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은 어렵다.

저장·수송·유통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연구소에서 개발한 신품종 역시 주민들의 식탁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농업은 연구실에서 끝나는 산업이 아니다. 종자와 토양, 비료, 농기계, 관개시설, 기상정보, 저장시설, 유통망과 농민의 생산 의욕이 하나의 체계로 움직여야 한다. 그럼에도 북한의 농업보도는 이런 구조적 문제보다 지도자의 ‘구상’, 당의 ‘영도’, 연구자들의 ‘충성’을 앞세우는 데 집중한다.

이번 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침수 저항성 품종 개발이다. 북한 역시 홍수와 가뭄 등 불안정한 기후조건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이런 연구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연재해에 강한 종자를 개발하는 것만으로 농업재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천 정비와 배수시설, 저수지와 관개시설 관리, 산림 복구, 정확한 기상정보 제공과 재해대응체계까지 함께 개선돼야 한다. 국가의 농업정책 전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신품종 하나가 북한 농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북한 선전매체는 새로운 농업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다수확의 돌파구가 열렸다’는 식의 보도를 반복해왔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전망’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결과다.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생산량이 늘었는지, 농민의 몫은 얼마나 증가했는지, 주민들의 식량 접근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공개하면 된다.

농업과학의 목적은 노동당의 구상을 입증하는 데 있지 않다. 농민이 더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주민들이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도록 하는 데 있다.

북한이 정말 ‘다수확’을 원한다면 새로운 품종 개발 못지않게 농민의 자율성과 생산 의욕을 보장하고 농업 생산과 유통을 옥죄는 경직된 국가통제부터 개선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성과를 정치적 선전으로 포장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주민들의 식탁은 선전문구로 채울 수 없다.

북한 농업에 필요한 것은 ‘노동당의 구상을 받드는 과학’이 아니라 농민과 주민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농업개혁과 검증 가능한 과학이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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