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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인권] 인권변호사 가오즈성은 어디에 있는가

2026-08-17 13:58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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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인권변호사 ‘강제실종’ 9년, 끝나지 않는 국제사회의 추궁
- 2017년 8월 이후 가족과 연락 단절...9년째 생사·소재 불명

독자 제공
독자 제공

중국을 대표하는 인권변호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온 가오즈성(高智晟) 변호사가 외부 세계에서 자취를 감춘 지 9년이 지났다.

2017년 8월 이후 가족조차 그의 정확한 소재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다시 “가오즈성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가오 변호사가 2017년 8월 13일 이후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라며 그의 상황을 ‘강제실종(enforced disappearance)’으로 규정해 왔다. 유엔 인권기구 역시 가오 변호사의 운명과 소재가 2017년 이후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관련 사건을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유엔 측은 2025년에도 가오즈성 사건이 ‘강제적 또는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9년째 되풀이되는 한마디…“가오즈성은 어디에 있는가”

실종 9주년을 맞은 지난 8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가오즈성의 행방 공개와 자유 회복을 요구하는 집회가 잇따랐다.

샌프란시스코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는 가오 변호사의 아내 겅허(耿和) 여사와 중국민주당 샌프란시스코 지부, 중국민주교육기금회, 파룬궁 수련자 등 여러 단체와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가오즈성은 어디에 있는가?’를 주제로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중국 당국에 가오 변호사의 정확한 소재와 건강 상태를 밝히고 가족과의 자유로운 접촉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로스앤젤레스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도 민주화·인권운동 관계자와 파룬궁 수련자 등이 가오즈성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112개 인권·시민단체가 공동성명을 통해 가오즈성에 대한 박해 중단과 현재 상태 공개, 자유 회복을 촉구했다.

가오즈성의 실종은 단순한 한 개인의 행방불명 사건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그는 중국에서 사회적 약자와 종교인, 권리를 침해당한 시민들을 변호해온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였고, 그 활동으로 인해 반복적인 구금과 감시, 고문을 겪었다는 증언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 역시 그가 과거 구금 과정에서 심각한 고문과 학대를 당했다고 밝히며 재구금 상태일 경우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약자를 변호하던 ‘중국 10대 변호사’에서 실종자로

가오즈성은 2000년대 들어 강제철거 피해자와 종교적 박해 피해자, 인권침해를 호소하는 시민 등의 사건을 맡으며 중국의 대표적인 권리구제 변호사로 알려졌다.

그는 한때 중국에서 ‘10대 변호사’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될 만큼 법조계에서도 이름을 알렸지만, 이후 민감한 인권사건을 잇달아 맡으면서 당국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중국 정부에 보낸 과거 공식 문서에는 가오 변호사가 종교적 소수자, 파룬궁 수련자, 비공인 가정교회 관계자뿐 아니라 강제철거와 부패, 언론·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사건 등을 변호했다고 기록돼 있다.

유엔 측은 그가 이러한 인권활동과 관련해 지속적인 감시와 구금, 실종, 투옥 및 고문을 겪었다는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전달해 왔다.

2006년에는 ‘국가정권 전복 선동’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후에도 투옥과 가택연금, 감시가 이어졌다. 2014년 석방된 뒤에도 자유로운 생활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7년 8월 다시 외부와의 연락이 끊겼다. 당시 가족과 인권단체들은 중국 당국에 소재 확인을 요구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ICU에서도 이어진 외침…“그가 상징하는 양심과 정의를 두려워하는 것”

이번 9주년 행사에서는 중국민주당 국제연맹의 제리젠(界立建) 주석의 음성 메시지도 공개됐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그는 최근 미국 뉴욕 플러싱에서 공격을 받아 머리를 크게 다친 뒤 병원 중환자실에서 집회에 보낼 메시지를 녹음했다.

그는 가오즈성이 능력 있는 변호사로서 개인적인 성공을 추구할 수 있었음에도 사회적 약자와 박해받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법률 지식과 삶을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가오즈성에 대한 탄압은 한 명의 변호사를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변호사들에게 “민감한 사건을 맡으면 같은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가오즈성 개인이 아니라 그가 상징하는 양심과 용기, 공정과 정의라고 강조했다. 가오 변호사의 실제 소재와 건강 상태를 공개하고 그와 가족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며 조건 없이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요구였다.

아홉 송이 흰 장미에 담긴 ‘진실·자유·귀환’

샌프란시스코 집회에서는 가오즈성을 기다려온 지난 9년의 시간을 되새기는 낭송 행사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9년이라는 세월에도 가오 변호사의 행방을 묻는 일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가오즈성이 실종된 9년을 상징하는 아홉 송이의 흰 장미를 바치는 행사도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각각의 꽃에 진실과 자유, 평안과 존엄, 용기와 양심, 희망과 귀환 등의 의미를 부여하며 그의 생환과 가족 재회를 기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4월 4일에는 캘리포니아 Scul자유조각공원에서 조각가 천웨이밍(陳維明)과 그의 팀이 제작한 가오즈성의 대형 조각상 《별하늘을 바라보다―가오즈성(仰望星空—高智晟)》이 제막됐다.

가오 변호사의 아내 겅허를 비롯해 인권활동가와 종교계 인사 등이 참석했으며, 행사는 장기간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가오즈성을 기억하고 그의 자유를 촉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중국은 ‘강제조치 없다’ 했지만…유엔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

가오즈성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9년 동안 그의 신병 상태에 관한 검증 가능한 정보가 사실상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과거 유엔 인권기구에 제출한 답변에서 가오즈성이 2014년 형기를 마치고 석방됐으며 공안기관이 그를 상대로 별도의 형사상 강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국 측은 다른 인권사건들에 대해서도 ‘강제실종’이나 ‘인권탄압’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부인하며 법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유엔 특별절차 관련 기록에는 가오즈성의 운명과 소재가 2017년 이후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그의 강제실종 사건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명시돼 있다. 2025년 유엔 전문가들이 중국 정부에 보낸 통신문에서도 가오즈성 사건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국제앰네스티 역시 가오즈성을 강제실종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의 가족이 수년째 소재에 관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9년 동안 답하지 못한 질문

법치국가에서 국가기관이 한 시민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적어도 그 근거와 장소, 신체 상태가 법률에 따라 확인되고 가족과 변호인의 기본적인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상태가 수년간 계속된다면 문제는 개인의 형사사건을 넘어 국가권력이 어디까지 시민을 법의 보호 밖으로 밀어낼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인권 문제로 확대된다.

가오즈성 사건이 국제사회에서 계속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유명한 변호사 한 사람의 운명에 관한 문제인 동시에 법률가가 국가권력의 피해를 주장하는 시민을 어디까지 자유롭게 변호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됐기 때문이다.

9년은 너무 긴 시간이다. 중국 당국이 가오즈성을 구금하고 있지 않다면 그가 어디에 있으며 왜 가족과 연락할 수 없는지 설명할 책임이 있다. 반대로 국가기관의 통제 아래 있다면 법적 근거와 구금 장소, 건강 상태를 공개하고 가족 및 변호인의 접견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서 2026년 8월에도 국제사회의 질문은 달라지지 않았다.

‘가오즈성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에 중국 당국이 검증 가능한 답을 내놓지 않는 한, 가오즈성의 실종 사건은 끝난 사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인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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