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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일본 군마현에서 재일동포 자녀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른바 ‘하기학교’가 단순한 우리말 교육과 문화 체험을 넘어 총련계 민족교육과 조직 활동의 후속세대를 길러내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4일까지 군마조선초중급학교에서는 일본학교에 재학 중인 동포 자녀 11명을 대상으로 하기학교가 운영됐다. 총련본부와 지부, 여러 산하 단체가 지원했고, 조선고급학교 학생 1명과 조선대학교 학생 4명이 직접 프로그램 운영을 맡았다.
겉으로만 보면 우리말을 배우고 또래들과 교류하는 여름학교다. 매일 1시간씩 우리말 수업을 진행하고, 퀴즈와 화학실험, 물놀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해외에서 살아가는 동포 자녀들이 모국어와 문화적 뿌리를 접할 기회를 갖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조선신보가 이 행사의 의미를 설명하는 방식은 단순한 언어·문화교육의 차원을 넘어선다.
보도는 하기학교를 운영한 학생들이 “우리 학교와 민족교육의 우월성과 의의를 다시금 실감”했으며, “동포사회의 미래를 떠메고나갈 주인으로서의 자각을 안고 조청활동에 림할 결심”을 새롭게 했다고 강조했다.
교육 프로그램의 성과가 학생들의 언어능력이나 문화 이해가 아니라 총련계 학교의 ‘우월성’ 확인과 조청 활동에 대한 결의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총련계 민족교육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민족교육이라면 아이들이 자신의 언어와 역사, 문화를 폭넓게 배우면서 동시에 자신이 살아가는 일본 사회와 국제사회를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의 목적이 특정 조직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후속 활동가를 길러내는 데 맞춰진다면 그것은 교육이라기보다 정치·조직적 사회화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조선대학교와 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이 ‘사회실천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고, 그 결과를 다시 조청 활동에 대한 결의로 연결시키는 구조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름학교가 자연스럽게 초중급학교-고급학교-조선대학교-조청으로 이어지는 조직적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련 군마현본부와 조청 군마현본부가 앞으로 토요아동교실 등 비정규 교육망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정규 조선학교에 다니지 않는 일본학교 재학생들까지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 교육을 확대한다는 것은 문화교육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교육이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 없이 총련의 정치적 정체성과 결합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재일동포 사회의 미래가 특정 이념이나 조직에 종속될 이유는 없다.
아이들이 우리말을 배우고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익히는 것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발전과 자유민주주의, 북한 주민들이 처한 현실, 한반도의 현대사를 균형 있게 접할 기회도 함께 제공돼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민족교육’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열린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교육의 우월성”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판단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이다. 교육의 목적은 조직에 충성하는 후속세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군마의 하기학교가 우리말과 문화의 계승 공간으로 남을지, 아니면 총련 조직의 세대 재생산을 위한 또 하나의 통로가 될지는 결국 그 교육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자유와 선택권을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