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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평양종합병원 ‘감사편지’ 선전

2026-08-25 16:34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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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의 목소리보다 체제의 치적이 먼저인가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조선신보가 평양종합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의 ‘감사 편지’를 잇달아 소개하며 의료제도의 우월성을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환자의 치료 사례를 국가 의료체계 전체의 성과로 확대하는 선전 방식은 북한 주민이 실제로 누리고 있는 의료 접근성과 지역 간 의료 격차라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가리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신보는 25일 ‘평양종합병원 환자들이 남기는 편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병원 개원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선진적인 의료봉사를 받고 건강을 회복하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함경남도 덕성군에 거주하는 김승호 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 씨는 사고로 여러 곳에 심한 상처를 입어 약 80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뒤 건강을 회복했다며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천만금도 아끼지 않는 고마운 제도가 없었다면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겠는가”라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평양시 중구역에 거주한다는 홍모현 씨 역시 오랫동안 치료하지 못했던 질환을 병원 의료진이 열흘 만에 치료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보도가 개별 환자의 치료 과정이나 의료적 설명보다는 북한 체제와 국가 정책에 대한 감사와 찬양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선전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가 좋은 치료를 받고 의료진에게 감사하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의료진의 헌신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북한 매체가 이를 “고마운 제도”에 대한 충성의 서사로 연결시키는 순간 의료행위는 환자와 의료진의 영역을 넘어 체제 선전의 소재로 변한다.

특히 평양종합병원과 같은 대형 의료시설의 존재만으로 북한 전체 주민의 의료 현실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평양은 북한에서 정치·경제·행정 기능이 집중된 특별한 공간이다. 따라서 수도의 대표 병원에 최신 시설과 의료 인력이 집중됐다고 하더라도 지방 주민들이 동일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북한 매체가 지방 병원이나 농촌지역 의료기관의 실태보다 평양의 상징적인 대형 병원을 반복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북한 의료체계가 안고 있는 지역 간 격차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번 보도에서도 환자들이 어떠한 진단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가 시행됐는지, 치료비와 의약품 공급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는 제시되지 않았다.

“오래동안 고치지 못했던 질병을 단 10일 만에 고쳤다”는 주장 역시 질병의 종류나 치료 방법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의료적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더욱이 북한과 같이 언론과 정보 접근이 철저하게 통제된 사회에서는 국가 매체가 소개하는 환자들의 발언이 어느 정도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기반한 것인지 독립적으로 확인할 방법도 제한적이다.

진정으로 의료제도의 우월성을 주장하려면 몇 장의 감사 편지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지역별 병원 접근성, 의사와 간호사 수, 의약품 공급 현황, 응급의료체계, 영유아 및 산모 의료 수준, 주민들의 실제 의료비 부담 등 객관적인 지표를 공개하고 외부의 검증을 허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제도의 성과는 평양의 ‘본보기 병원’ 하나로 평가할 수 없다.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지역의 주민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도 필요할 때 의사와 의약품을 만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의료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이 정말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면 환자들의 감사 편지를 선전하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북한 전역의 의료환경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 누구나 안정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국가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환자의 감사는 체제에 바치는 충성문이 아니다. 좋은 의료의 진정한 기준은 지도자나 제도를 찬양하는 편지의 숫자가 아니라, 아픈 주민이 어디에 살든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는가에 있다.

평양종합병원을 둘러싼 화려한 선전 뒤에서 북한의 평범한 주민들이 실제로 어떤 의료환경을 마주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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