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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홍콩 법원이 톈안먼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활동을 이어온 옛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홍콩지련회) 지도부 3명에게 국가정권 전복 선동 혐의로 유죄를 선고하자 해외 중국 민주화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홍콩고등법원은 8월 21일 이미 해산된 홍콩지련회의 전·현직 지도부인 리줘런, 저우싱퉁, 허쥔런에 대해 홍콩 국가보안법상 ‘국가정권 전복 선동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토론토 지부연합회(TADC)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판결을 “중국공산당과 홍콩 당국에 비판적인 정치적 견해와 민주주의 요구를 형사범죄로 취급한 판결”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30년 넘게 이어진 ‘6·4 촛불집회’
홍콩지련회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이후 매년 홍콩에서 ‘6·4 촛불 추모집회’를 개최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해 온 대표적인 시민단체였다.
홍콩은 오랫동안 중국 영토 안에서 톈안먼 사건을 공개적으로 추모할 수 있었던 사실상 유일한 지역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추모집회를 금지했고,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지련회와 소속 인사들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홍콩지련회는 2021년 9월 해산됐다.
당시 저우싱퉁은 부회장, 리줘런은 회장, 허쥔런은 전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검찰이 리줘런과 저우싱퉁에게 제시한 혐의의 주요 근거 중 하나에는 지련회가 창립 이후 주장해 온 “일당 전제를 끝내자”는 요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련회가 1989년 창립 당시부터 유지해 온 5대 강령 가운데 하나다.
토론토 지부연합회는 민주적 정치체제를 요구하는 구호 자체를 국가정권 전복 선동 행위로 판단한 것은 표현과 정치적 의사 표명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당 독재 종식 요구가 어떻게 죄가 될 수 있나”
토론토 지부연합회 공동주석 우원원은 성명을 통해 “일당 독재를 끝내라고 요구하는 데 무슨 죄가 있느냐”며 “이는 1989년 톈안먼 학생운동이 제기했던 민주적 요구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톈안먼 6·4 사건을 직접 경험한 토론토 지부연합회 부주석 리란쥐 역시 이번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저우싱퉁이 법정 변론 과정에서 “국민에게는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며 중국 헌법 역시 국가 권력이 인민에게 속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란쥐는 특히 리줘런에 대해 “평생 홍콩과 중국에서 평등과 인권,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데 헌신해온 인물”이라며 그에게 국가정권 전복 선동죄를 적용한 것은 “그의 삶과 신념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허쥔런은 재판 전 유죄 인정
피고인 가운데 리줘런과 저우싱퉁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허쥔런은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되기 전 유죄를 인정했다.
토론토 지부연합회 측은 허쥔런의 나이와 건강 상태, 그리고 이미 수년 동안 구금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간 구금과 형사 절차에 따른 부담을 감안하면 그의 유죄 인정이 더 가벼운 형량을 받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리쯔잉 사건과 같은 정치적 탄압”
토론토 지부연합회 공동의장 관줘중은 이번 사건을 홍콩의 대표적 민주 인사이자 언론인인 리쯔잉 사건과 비교하며 중국공산당이 국가보안법을 정치적 반대자와 비판 세력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공산당이 정치적 이견 인사들을 억압하는 방식이 이번 사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며 “국제사회가 연대해 홍콩의 정의와 자유 회복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우싱퉁과 리줘런, 허쥔런을 비롯한 모든 정치범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보안법 이후 좁아지는 홍콩 시민사회의 공간
이번 사건은 단순히 세 명의 활동가에 대한 형사재판을 넘어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에서 정치적 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1989년 톈안먼 사건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 추모, 중국의 정치개혁을 요구해 온 지련회의 활동을 ‘국가정권 전복’과 연결한 법원의 판단은 앞으로 홍콩에서 정부나 중국공산당의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행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홍콩고등법원은 21일 유죄 판결을 내린 뒤 곧바로 형량을 선고하지 않았으며, 오는 28일 추가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홍콩 국가보안법상 국가정권 전복 관련 범죄에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어 향후 세 사람에게 내려질 형량에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일당 체제의 종식을 요구하는 정치적 주장까지 국가안보 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국제사회에 다시 던지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