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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평양의 변화

2026-08-27 21:29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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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에 롤러스케이트 타는 어린이들.. 처음 마주하는 지역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조선신보가 평양국제비행장이 위치한 순안구역의 변화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문화회관과 공원, 대형전광판, 도로를 내세우며 ‘인민들의 요구에 맞게 면모를 일신한 관문도시’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변화가 북한 주민들의 실제 생활 수준 향상과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27일 평양발 기사에서 순안구역문화회관 앞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어린이들, 대형전광판을 시청하는 주민들, 새로 조성한 공원에서 춤추는 노인들, 동물사를 구경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소개했다.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시내 중심부로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역시 ‘몰라보게 전변된 순안구역’의 상징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기사에서 유독 눈에 띄는 대목은 순안이 “비행기를 타고 조국을 방하는 재일동포들이 평양국제비행장 항공역사를 벗어나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지역”*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순안 개발의 또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단순히 주민생활 개선만을 위한 사업이라기보다 외부 방문객들에게 보여주는 북한의 ‘첫인상’을 관리하는 사업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외부 방문객이 처음 보는 곳부터 ‘치장’

공항은 어느 나라에서나 외국인과 해외 방문객이 처음 접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공항 주변과 진입도로를 정비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북한과 같은 폐쇄사회에서 이러한 ‘관문 정비’가 주민 전체의 생활환경 개선보다 체제의 대외 이미지를 연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다.

신보가 소개한 순안의 모습에는 공원, 문화회관, 전광판, 놀이시설, 도로와 같은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시설이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반면 주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식량 공급, 소득 수준, 의료 접근성, 주거환경, 전력과 난방, 상하수도 같은 기본적인 생활 지표가 어떻게 개선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민을 위한 변화’라고 주장하려면 시설의 외형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실제 생활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

전광판과 공원이 ‘인민생활 향상’의 척도인가

북한 선전매체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가 새 건물과 공원, 거리, 편의시설을 주민생활 향상의 증거로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삶을 평가하는 기준은 건물 외벽이나 공원 숫자가 아니다. 주민이 충분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지,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고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지,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전기와 난방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자유가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대형전광판을 설치하고 공원을 조성했다고 해서 주민의 삶이 곧바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북한처럼 국가가 자원 배분을 사실상 독점하는 체제에서는 제한된 재원이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입되는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다.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활여건보다 평양과 외국인 동선의 외관 정비에 국가적 자원이 집중된다면 그것을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성과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평양과 지방의 격차는 외면

순안은 행정구역상 평양에 속하며 평양국제비행장이라는 상징성까지 갖고 있다. 북한 지도부가 최근 평양뿐 아니라 지방 발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 매체가 선전하는 대규모 건설 성과의 상당수는 여전히 수도와 주요 시범지역을 중심으로 소개되고 있다.

따라서 순안의 변화 역시 단순히 ‘한 지역 주민들의 삶이 좋아졌다’는 차원을 넘어 북한 당국의 자원 배분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항을 통해 들어온 외국 방문객이 새 도로와 공원, 문화시설을 보게 되는 동안 북한의 다른 지역 주민들은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순안의 화려한 모습은 북한 전체의 현실을 보여주는 창이라기보다 현실의 일부만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용 창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인민의 요구’라면 인민에게 물을 수 있어야

조선신보는 순안구역이 ‘인민들의 요구에 맞게’ 변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남는다.

과연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가. 어떤 시설을 먼저 건설할지 주민들이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가. 국가 정책이나 자원 배분이 잘못됐다고 비판할 수 있는가.

주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정책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당국이 스스로 ‘인민의 요구’를 정의하고, 그 결과를 다시 ‘인민을 위한 성과’라고 선전한다면 그 주장의 신뢰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주민 중심 정책은 위에서 만들어 준 시설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유롭게 말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선택하며, 정부의 실패를 비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민의 요구에 따른 발전’이라는 표현에 실질적 의미가 생긴다.

평양의 관문을 아무리 화려하게 치장하더라도 그 너머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과 자유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순안의 ‘일신된 면모’는 북한 체제가 보여주고 싶은 풍경일 뿐 북한 주민 전체의 현실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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