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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중국의 전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을 풍자한 작품으로 알려진 반체제 예술가 가오전(高兟·Gao Zhen·70)이 중국 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미국 국무부는 작품을 통한 표현 행위를 형사처벌한 이번 사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가오전은 동생 가오창과 함께 ‘가오 브라더스’로 활동하며 문화대혁명과 톈안먼 사태,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역사적 책임 등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취급하는 주제를 작품으로 다뤄왔다.
특히 2009년 작품 ‘마오의 죄(Mao’s Guilt)’는 마오쩌둥이 무릎을 꿇고 참회하는 모습을 형상화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마오의 얼굴에 과장된 코를 붙여 희화화한 ‘미스 마오(Miss Mao)’ 연작 역시 그의 대표적인 풍자 작품으로 꼽힌다.
‘영웅·열사 명예훼손’ 혐의로 최고형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허베이성 싼허시 인민법원은 지난 8월 25일 가오전에게 이른바 국가 영웅과 열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해당 혐의에 적용할 수 있는 최고형이다.
뉴욕에 거주해온 가오전은 2024년 8월 가족과 친지를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가 당국에 구금됐다. 올해 초 열린 재판 역시 단 하루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문제가 된 작품들이 관련 법적 처벌 근거가 마련되기 훨씬 전에 제작됐다는 점이다.
가오전의 작품 가운데 수사 대상이 된 상당수는 2005년부터 2009년 사이 제작됐다. 중국인권수호자(CHRD) 등 인권단체들은 가오전에게 적용된 처벌 규정이 작품 제작 이후에 마련됐다며 사실상 소급 적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CHRD 관계자는 과거에 제작된 작품을 근거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적법절차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 “예술을 통한 표현의 자유도 보호돼야”
미국 국무부도 판결 직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가오전 사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것으로 지목된 행위가 관련 법적 규정이 시행되기 여러 해 전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예술을 통한 표현을 포함해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문제 제기는 단순히 형량에 그치지 않는다. 재판 과정의 투명성 역시 도마에 올랐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주중 미국대사관을 비롯한 여러 외교공관 소속 외교관들은 8월 25일 허베이성 싼허시 법원을 찾아 가오전의 판결과 선고 과정을 방청하려 했지만 법원 관계자들에 의해 법정 출입을 거부당했다.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된 데 이어 외국 외교관들의 판결 방청까지 차단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사법절차의 투명성을 둘러싼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아내와 미국 시민권자 아들도 2년째 출국금지
가오전 개인에 대한 구금뿐 아니라 가족을 상대로 한 출국 제한도 논란이다. 가오전의 아내 자오야량은 남편이 2024년 구금된 이후 자신과 미국 시민권자인 아들이 중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오전이 구금된 지 약 2년 동안 가족에게 사실상 출국금지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오야량은 판결에 강한 실망을 표시하면서 가오전이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들도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풍자의 대상이 된 마오, 처벌의 근거가 된 ‘역사 해석’
가오전 사건은 중국에서 예술과 역사 해석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가오전 형제는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가족이 직접 피해를 입은 경험을 토대로 오랫동안 마오쩌둥과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폭력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왔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 당국은 공산당의 역사와 혁명 영웅에 대한 비판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강화해왔다.
가오전에게 내려진 징역 3년형은 결국 한 예술가 개인의 처벌을 넘어 국가가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와 예술적 표현의 한계를 형사법으로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국제사회에 다시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과거 제작된 작품을 훗날 마련된 법적 기준으로 처벌하고, 비공개 재판에 이어 외교관들의 판결 방청까지 차단했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중국 당국이 주장하는 ‘법치’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표현의 자유 및 적법절차 사이의 간극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오쩌둥을 무릎 꿇린 하나의 조각상이 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난 뒤, 그 조각을 만든 예술가가 실제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다.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가오전의 항소심과 그의 가족에게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가 어떻게 처리될지에 쏠리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