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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푸른 숲’ 뒤에 가려진 현실

2026-08-27 21:27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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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산림 복구 선전이 말하지 않는 것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평안남도 북창군의 산림감독원 부부를 내세워 산림복구 정책의 성과와 주민들의 ‘애국심’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산림 황폐화를 초래해 온 북한의 구조적 경제난과 에너지 부족,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산림 의존 문제는 외면한 채 개인의 희생과 헌신만을 부각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체제 선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선신보는 27일 ‘푸른 숲 펼쳐가는 산림감독원부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안남도 북창군 회안역에서 덕천시 남덕역 일대에 경제림이 조성됐다며 북창군산림경영소 풍곡산림감독분소에서 일하는 리영식 씨 부부의 활동을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리 씨는 18년 동안 산림감독원으로 근무했고, 그의 아내 정향희 씨 역시 남편의 산림관리 사업을 돕다가 8년 전 산림감독원이 됐다. 북한 매체는 이들 부부가 10여 년 동안 산림조성에 헌신한 결과 해당 지역에 ‘무성한 경제림’이 조성됐다며 이를 애국적 모범 사례로 선전하고 있다.

개인이 오랜 기간 산림을 가꾸고 보호한 노력 자체를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러한 개인의 헌신을 국가 산림정책의 성공 사례로 제시하면서 정작 북한 산림 황폐화의 근본 원인과 정책적 책임에 대해서는 좀처럼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의 산림 문제가 단순히 주민들의 ‘애국심 부족’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북한이 작성한 국가 농림복합경영 전략에서도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주민들이 땔감과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산림자원에 의존하면서 벌목과 산지 개간이 확대됐으며, 수많은 산림지역이 농경지로 전환됐다는 사실이 인정돼 있다. 산림 훼손은 토양 침식과 산사태, 하천 퇴적, 가뭄과 홍수 피해까지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이어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역시 북한 산림이 땔감과 임산물 확보, 농경지 전환 등으로 심각하게 훼손돼 왔으며 산림 황폐화가 다시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주민들이 산림에 더욱 의존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분석해 왔다.

결국 북한의 산림 문제는 묘목을 많이 심거나 ‘애국적인 산림감독원’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주민들이 나무를 베지 않고도 겨울을 날 수 있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충분한 식량, 정상적인 농업생산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산림에 대한 생존 의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FAO도 북한의 자연자원 관리에서 투입 자원의 부족과 기술 역량 부족을 주요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강조하는 ‘경제림’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림은 단순히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숲이 아니라 지방공업에 필요한 원료를 생산하는 기능까지 담당한다.

최근 북한의 지방발전 정책에서는 지방공장 운영에 필요한 종이 원료와 기름작물, 과일 등을 지역 자체에서 공급하도록 요구하면서 경제림 조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북한 매체가 말하는 ‘푸른 숲’은 환경보호 정책인 동시에 국가가 지방에 원료 확보 책임까지 떠넘기는 자력갱생 정책의 일부라는 측면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북한 선전매체가 산림사업을 소개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애국’과 ‘헌신’, ‘충성’이다. 국가가 담당해야 할 산림관리와 지역경제 기반 구축을 주민 개개인의 도덕성과 희생 문제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산림감독원 한 사람, 한 가족이 수십 년 동안 산을 지킨 이야기는 미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 정책의 성공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산림정책이라면 얼마나 많은 주민이 자신의 노동력을 희생했는지를 선전하기보다 산림면적이 실제로 얼마나 증가했는지, 산림의 질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주민들의 땔감 의존도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산림관리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임금과 장비가 제공되는지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공개해야 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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