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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송도원서 북중러 참가 친선야영 개막식 모습 |
북한이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영국 정부에 반발해 양국 외교관계의 급수를 대리대사급으로 낮췄다.
그러나 정작 영국이 제재 사유로 제기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아동 강제 이송·재교육 프로그램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명 대신 “정치적 도발”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영국 정부가 “부당하고 무근거한 구실을 붙여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를 대러시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정치적 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응 조치로 영국과의 외교관계 급수를 대리대사급으로 낮추고, 본국으로 소환된 주영 북한대사는 다른 직무에 보직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5월 영국 정부가 발표한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다. 영국은 우크라이나 아동의 강제 이송과 이른바 ‘재교육’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한 러시아 관련 개인과 기관들을 제재하면서 북한의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를 포함시켰다.
영국 정부는 송도원 야영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아동 강제 이송 및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지원을 제공했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북한은 제재 발표 직후에도 이를 “극악한 정치적 도발 행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영국이 제기한 핵심 의혹, 즉 우크라이나 아동들이 어떤 경로로 북한에 들어왔는지, 송도원 야영소에서 어떠한 교육을 받았는지, 러시아 당국과 어떤 협력 체계를 유지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소년야영소’ 간판 뒤 체제선전 시설
강원도 원산에 위치한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는 북한이 오랫동안 대외 선전의 장으로 활용해온 대표적인 청소년 시설이다.
1960년 8월 문을 연 이후 아프리카와 유럽, 남미 등 북한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국가의 청소년들을 초청해 각종 문화·체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북한 매체들은 이를 국제적 우호와 청소년 교류의 상징으로 선전해왔지만, 실제 프로그램에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일가를 찬양하고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정치적 밀착이 급속히 강화되면서 송도원 야영소의 역할 또한 단순한 국제 청소년 교류를 넘어 대러시아 협력의 한 축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7월 열린 여름 캠프에도 러시아와 중국 국적 학생들이 참가해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 교류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그러나 전쟁 중 점령지역 아동의 강제 이송과 정치적 재교육이 국제사회에서 중대한 인권 문제로 제기되는 상황이라면, 북한은 해당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그럼에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를 일관되게 ‘적대행위’ 또는 ‘정치적 도발’로 규정하고 외교적 보복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의혹엔 침묵, 외교관계 격하로 맞대응
이번 외교관계 격하도 북한 특유의 대응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재 이유가 사실과 다르다면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고 국제사회의 검증을 받으면 된다. 송도원 야영소에 어떤 국적의 학생들이 참가했고, 어떠한 경로로 입국했으며, 어떤 교육과정을 거쳤는지를 공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반박 방법이다.
그러나 북한은 사실관계를 공개하기보다 영국의 조치를 “무근거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하고 외교관계의 급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맞섰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를 대하는 익숙한 모습이기도 하다. 북한은 주민 강제노동이나 정치범수용소,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등이 제기될 때도 구체적 해명이나 국제적 검증보다는 “모략”, “적대정책”, “주권침해”라는 표현으로 반발해왔다.
특히 이번 사안은 그 대상이 ‘소년야영소’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이 전쟁 당사국의 정치적 재교육이나 체제선전에 이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면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외교적 위협이 아니라 투명한 해명이다.
국제 청소년 교류를 내세운 시설이 실제로는 북한 체제 선전과 러시아와의 정치적 연대를 강화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다. 아동·청소년을 정치적 목적에 동원하는 문제이자 국제 인권의 영역이다.
북한이 진정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를 ‘세계 어린이들의 우정과 친선의 장’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참가자와 교육과정을 공개하고 국제사회의 검증을 허용하면 된다.
그러나 의혹에는 답하지 않은 채 외교관계부터 격하하는 모습은 오히려 국제사회가 제기한 의문을 더욱 키울 뿐이다. 청소년 시설까지 정치·외교적 대결의 도구로 만드는 북한의 행태가 다시 한번 국제사회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