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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北, 미사일 기지 넓히려 마을 통째로 밀었다

2026-09-04 22:22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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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천 방공기지 확장 위해 주택 100여 채 철거 정황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강원도 통천군의 방공 미사일 기지를 대대적으로 확장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마을을 사실상 통째로 철거하고 있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다.

김정은 정권이 주민생활 향상과 지방발전을 연일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주민들의 삶터가 군사기지 현대화를 위해 사라지는 ‘군사우선 통치’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의 프리미엄 서비스 NK프로는 2일(현지시간)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지난 7월부터 통천군 인근 방공 미사일 기지의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기지 북쪽에 위치한 마을에서는 약 100채에 달하는 주택이 철거되는 정황이 확인됐다. 기지 남쪽 마을 역시 새로운 도로를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북쪽보다 더 많은 주택이 철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이 살아왔을 가능성이 높은 마을을 군사시설 확대를 위해 사실상 없애버리고 있는 셈이다.

기지 서쪽에는 약 20채 규모의 아파트가 빠르게 건설되고 있으며, NK프로는 이 시설들이 주택 철거로 거주지를 잃은 주민들을 이주시키기 위한 용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새 아파트 몇 동을 짓는다고 해서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일방적으로 철거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 체제에서 토지와 주택에 대한 주민의 권리가 사실상 국가 권력에 종속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사는 군사적 필요 앞에서 주민들의 거주권과 생활권이 얼마나 쉽게 희생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더욱 모순적인 것은 통천 일대에서 북한이 이른바 지방경제 발전 정책인 ‘20×10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통천 중심 도로 주변에 공장과 병원, 아파트를 새로 건설하며 지방발전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주민을 위한 병원과 주택을 짓는다고 선전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미사일 기지를 넓히기 위해 기존 주민들의 마을을 밀어버리는 기형적인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내세우는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지방발전 정책의 실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NK프로는 통천 미사일 기지에 구소련이 약 60여 년 전에 개발한 SA-5 지대공 미사일, 러시아명 S-200 체계가 배치돼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SA-5는 냉전시대 장거리 방공망 구축을 위해 개발된 구형 무기체계다. 북한은 이 계열의 미사일을 지난 2022년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을 향해 발사했고, 당시 미사일 잔해가 속초 앞바다에서 발견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크게 높인 바 있다.

현재 통천 기지에는 SA-5 관련 시설이 외부에 노출돼 있는 등 노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NK프로는 기지 확장과 현대화 공사가 완료된 뒤 기존 SA-5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보다 최신형 방공무기가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정황은 북한이 앞으로 수년간 군사기지 현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과도 맞물린다.

김정은은 지난 2월 제9차 노동당대회에서 향후 5년 동안 북한의 군사기지들을 전면적으로 현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통천 미사일 기지 확장 역시 이러한 군사시설 현대화 계획의 일부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북한이 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국가 자원과 건설 역량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군사력 증강에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방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한다며 공장과 병원, 주택 건설을 선전하고 있지만, 군사적 필요가 발생하면 주민들의 기존 주거지는 언제든 철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위성사진을 통해 다시 확인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정말 주민생활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마을을 밀어 미사일 기지를 넓히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부터 보장해야 한다.

‘지방발전’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한쪽에서는 새 아파트를 짓고, 다른 쪽에서는 주민 마을을 없애 미사일 기지를 확장하는 모습이야말로 북한 체제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통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단순한 군사기지 확장 공사가 아니다. 주민의 삶보다 군사시설을 앞세우는 북한 정권의 오래된 통치방식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현장이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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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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