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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스스로 내린 통일, 민족 깃발

2026-09-05 08:39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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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민주·통일의 깃발을 대한민국이 높이 들어야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마침내 스스로 ‘통일’과 ‘민족’의 깃발을 내렸다. 북한 노동당 개정 규약에서 ‘조국의 평화통일’, ‘통일전선’, ‘남조선’, ‘민족대단결’ 등의 표현이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김일성·김정일의 업적을 강조하던 대목마저 지우는 대신 김정은 총비서의 회의 소집권, 간부 임면권, 당원 출당권, 부서 해산권 등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했다. 전시 조직운영 조항까지 처음 포함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이를 김정은 중심의 유일통치구조를 제도적으로 완비하는 방향으로 분석했다.

왜 북한은 수십 년 동안 금과옥조처럼 외쳐온 ‘우리 민족끼리’와 ‘통일’을 스스로 걷어냈는가.

첫째는 권력의 안정화다.

겉으로 보면 김정은의 권력은 어느 때보다 강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절대권력이라면 이미 행사하고 있는 권한을 굳이 당규약에 하나하나 적어 넣을 필요가 있는가. 더구나 총비서 권한을 세분화하고, 제1비서 직위를 유지하며, 전시체제까지 규약에 명문화한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 지도부가 권력의 지속성과 위기관리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을 수 있다.

독재체제의 특징은 강해 보일수록 불안을 감추기 위해 더 많은 규율과 통제를 필요로 한다는 데 있다. 후계 문제, 세대교체, 경제난, 외부정보 유입, 주민들의 체제 이완 등 북한 내부에는 언제든 균열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한다. 그래서 선대의 권위마저 줄이고 모든 권능을 김정은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통일’보다 급한 것은 체제이고, ‘민족’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 권력이라는 사실을 북한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둘째는 한국을 건너뛰고 미국만 상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규약 개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통일 문구뿐 아니라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 ‘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 같은 기존 표현도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북한이 미국에 우호적으로 변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을 협상 상대에서 배제하고 미국과 핵·안보 문제를 직접 담판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더욱 선명해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

최근 북한의 대남·대미 메시지에서도 이러한 차별화가 나타났다. 한국을 향해서는 거친 표현으로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별도의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관찰됐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를 ‘한국 배제, 워싱턴을 향한 메시지’라는 맥락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 밑바닥에는 오랫동안 반복돼온 북한식 대남 인식이 깔려 있다. 즉 대한민국은 미국에 종속돼 있으므로 서울과 이야기해봐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결국 워싱턴과 직접 거래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북한의 왜곡된 선전논리이지만,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그 전략적 방향은 더욱 노골적이 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통일과 민족을 삭제한 것을 단순한 남북관계 단절 선언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것은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권력의 장기 안정화를 꾀하고, 외부적으로는 대한민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직접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의 거래를 시도하려는 이중전략으로 읽어야 한다.

여기서 대한민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북한이 스스로 ‘민족’을 버렸는데도 대한민국만 ‘민족공동체’라는 낡은 감상에 매달려 북한의 선의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통일전선을 지우고 남한을 별개의 적대국가로 규정했는데도 우리가 일방적인 화해와 양보만 되풀이한다면 그것은 평화정책이 아니라 북한의 ‘한국 패싱’을 스스로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의 최종 관심이 워싱턴이라면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은 더욱 분명하다.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 “대한민국을 배제한 어떠한 한반도 거래도 있을 수 없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서울을 건너뛰어 워싱턴으로 갈 수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대한민국의 전략적 공간은 줄어든다.

북한은 통일의 깃발을 내렸다. 민족의 깃발도 스스로 접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김정은 권력’과 ‘대미 직접거래’라는 새로운 깃발을 올리고 있다.

그런 북한을 앞에 두고 아직도 ‘우리 민족끼리’를 이야기한다면 시대착오다. 북한이 스스로 내린 깃발을 대한민국이 대신 들고 있을 이유는 없다. 이제 우리의 깃발은 분명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굳건한 한미동맹, 그리고 북한 주민까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자유통일이다.

북한 정권이 버린 ‘통일’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지켜야 한다면, 그것은 독재체제를 보존하는 통일이 아니라 자유가 한반도 전체로 확장되는 통일이어야 한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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