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로 가는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독일 정치를 철저히 뒤흔들어놓았다. 사회민주당의 평화주의 전통에 따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독일을 성급히 전쟁에 끌어들이는 데 주저했다. 그러나 불과 몇 주 뒤 그는 독일의 재무장을 위해 1,000억 유로를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새로 선출된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독일인들이 편법이라고 여기는 방식으로, 그는 선거가 끝난 뒤 임기가 끝나가는 기존 의회를 이용해 국방비를 균형재정 원칙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재분류했다. 그런 다음 군비와 사회기반시설에 8,000억 유로의 신규 지출을 통과시켰다.
역사적으로 평화주의 성향이 강하고 국내에도 시급한 재정 수요가 산적한 나라에서 이처럼 막대한 돈을 무기 구입에 쏟아붓는 정책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거의 틀림없이 정치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독일 정치인들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유럽의 여러 먼 나라들을 침공하고 점령하려 한다고 국민에게 거듭 확신시키면서 이런 지출을 끊임없이 정당화하고 있다. 적어도 러시아의 진격을 4년 동안 막아온 낙후된 우크라이나 마을들을 푸틴이 마침내 점령하고 나면 그렇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AfD의 처지를 두 가지 측면에서 변화시켰다.
첫 번째는 경제적 측면이다.
미국의 압력, 그리고 전쟁 초기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노르트스트림 2 가스관에서 발생한 의문의 폭발 이후, 독일은 더 비싼 에너지를 구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 상당 부분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다.
미국은 또한 독일에 대중국 교역의 ‘위험 축소(de-risk)’를 요구하며 중국과의 사업에 더욱 엄격한 통제를 도입하도록 압박해왔다. 그리고 전기자동차 부문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밀린 독일 자동차 산업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해 수만 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이 붕괴는 거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으며, 그 충격은 자동차 제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수많은 연관 산업에까지 퍼지고 있다. 메르츠의 군비 증강은 부분적으로 독일의 최첨단 자동차 공장 일부를 무기 생산공장으로 전환하려는 방안이기도 하다.
AfD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독일의 에너지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메르켈 집권기 이후 독일은 원자력발전을 금지하고 풍력발전 단지에 수십억 유로를 투자했다. 그 결과 독일은 이제 유럽에서 가장 비싼 에너지 비용을 부담하는 나라가 됐다.
AfD는 메르켈 시절 시작된 탈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하는 유일한 정당이다. 값싼 에너지는 그 자체로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뿐 아니라, AfD가 높은 가스 가격의 책임을 녹색당에 돌릴 수 있게 해준다.
녹색당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약 5년 전까지 독일의 정책 논의를 지배해왔고, 사회민주당과 기독교민주연합도 그 정책들을 따라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AfD에 또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의 많은 구성원들은 경쟁 정당이나 인권재단 — 혹은 양자가 함께 — 이 전쟁을 AfD를 금지할 구실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작센 출신의 도장공으로 알리체 바이델과 함께 AfD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티노 흐루팔라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분명한 중립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입장은 독일의 상당한 평화주의 성향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갖는다. 그러나 기성 정당들은 전쟁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으려는 모든 태도, 또는 미국이나 서방의 동기에 대한 모든 회의적 시각을 ‘러시아의 영향력’으로 간주한다.
이는 약 10년 전 미국 정치인들이 ‘러시아와의 공모’에 집착했던 것과 비슷하다. AfD 당원들은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이 고조될 경우, 정치인들이 여러 비상권한을 이용해 AfD의 활동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심지어 당 자체를 금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독일 민족주의를 좌절시키는 데 러시아가 맡았던 역할을 생각하면 AfD를 친러시아 정당이면서 동시에 독일 민족주의 정당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다른 모든 정당은 그렇게 규정한다.
AfD의 ‘우익 극단주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시간이 흐르며 낡아가고 있음에도, 이 정당을 공식적으로 방해하거나 금지하려는 열의는 여전히 강하다. 기후운동가 로데리히 키제베터가 이끄는 CDU 내 한 그룹은 AfD 금지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도 모를 자료를 수집해왔다.
보도에 따르면 키제베터는 지난 6월, AfD가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시 열겠다는 알리체 바이델의 약속이 국가적 논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AfD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CSU 사무총장 마르틴 후버는 이들을 “반역” 혐의로 비난했다.
6월에는 녹색당과 연계된 한 인권단체가 AfD 금지를 주장하는 3,000쪽 분량의 의견서를 발표했다. 그 문서는 페미니즘에서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안을 문제 삼았으며, AfD의 많은 메시지는 “행간을 읽어야” 비로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좌파당의 신임 공동대표 루이지 판티사노는 지난봄 ‘빌트’지에 이렇게 말했다.
“파시즘 정책을 추진하는 CDU와, 그 자체가 파시스트인 AfD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좌파당 자체도 독일과 이스라엘의 관계와 같은 문제에서는 분명 AfD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다. 여러 정당은 독일 유권자들에게 AfD에 투표하면 국제 투자자들이 독일을 떠날 것이라고 설득하려 해왔다.
그런데 메르츠 총리의 투자자문관 마르틴 블레싱은 6월 한델스블라트에 자신이 만나는 투자자들은 오히려 좌파당의 재산 몰수 정책을 더 불안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좌파당이 베를린의 대형 임대업자들의 부동산을 몰수하는 계획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계획은 매우 인기가 높다. 2021년 실시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주민투표에서 베를린 유권자의 과반수가 이를 승인했다. 작센안할트에서 AfD가 아무리 큰 승리를 거둔다 해도 주정부가 원활하게 운영될 정도의 압도적 승리를 보장받기는 어렵다.
작센안할트주의 재정 상태는 절박할 정도로 좋지 않으며, 예산 논쟁은 필연적으로 격렬해질 것이다. 관료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정당들은 AfD의 정책 추진에 여러 장애물을 설치할 것이다. 현재의 정치 분위기에서는 절차상의 사소한 규정 위반도 예상해야 한다.
지난 겨울 베를린에서는 SPD 의원단이 국회의사당에서 두 번째로 큰 회의실을 비워주기를 거부했는데, AfD가 제2당이 되어 SPD보다 의석이 32석이나 더 많아졌음에도 그랬다. 헌법재판소는 SPD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AfD를 금지한다고? 이제는 그러기에는 너무 늦어가고 있다.
그들은 너무 커졌다. 작센안할트에서는 유권자 다섯 명 가운데 약 두 명의 표를 얻고 있다. 또한 이들은 정치체제에 해를 끼치지 않은 채 너무 오랫동안 존속해왔다. 독일어로 허용 가능한 의견의 범위를 뜻하는 ‘마이눙스코리도어(Meinungskorridor)’, 즉 ‘의견의 회랑’도 이제 너무 넓어졌다.
그리고 언론과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런 제도들을 탄생시킨 역사적 사건들은 그 참혹함이 유례없이 컸음에도 이제 너무 먼 과거가 됐다. 지난 몇 달 동안 작센안할트 선거 과정에서 파시즘이라는 비난은 한 후보자를 향해 끊임없이 휘둘러졌다.
그런데 그는 나치가 집권했을 당시 태어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거의 반세기 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조차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었다.
독일 역사의 가장 어두웠던 시절과 직접적인 감정적 연결고리가 사라진 지금, 특정 정당들이 헌법에 따라 법원에 다른 정당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독일식 민주주의는 이제 유지하기에는 지나치게 기괴한 제도가 되어가고 있다.
보수 성향의 ‘벨트’ 칼럼니스트이지만 결코 AfD 지지자는 아닌 하랄트 마르텐슈타인은 지난겨울 함부르크에서 열린 AfD 금지 문제 토론에 참석했다. 그는 대부분 진보 성향이었던 청중에게 이 질문을 경멸하듯 되돌려 던져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여러분도 자신들이 제4제국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마르텐슈타인은 말했다.
“AfD를 억누르는 것은 어린아이 장난처럼 쉬운 일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 몇 가지만 해결하면 됩니다.” <끝>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